오늘은 겨울나무 같은 우리 엄마의 생신이다. 말라서 헐렁해진 허름한 바지를 입고, 구부정하게 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겨울나무처럼 초라하다 못해 거지할매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극성스러우리 만큼 자녀들과 사위들, 손자, 손녀들을 걱정하고 챙겨주는 그 사랑은 너무 커서 감히 사랑이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다. 우린 엄마의 눈물 어린 사랑으로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고 성장했고 지금은 그 따스함이 엄마를 향하고 있다. 손자, 손녀들까지 팬으로 만든 엄마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빠가 많이 편찮으시기 전까진 잘 몰랐다. 아빠가 이렇게 되시고 보여준 우리 가족들의 사랑은 내가 생각해도 평범하지는 않다. 그 사랑을 이끈 건 단연코 엄마다. 딸만 낳아서 속상했던 엄마지만 우린 딸 다섯 중 넷이 엄마 근처에 모여 살고, 멀리 사는 동생도 수시로 온다. 노년에 이렇게 많은 자녀들을 가까이 두고 진심 어린 사랑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결혼 후 눈물로 보냈던 초라한 삶이 지금의 사랑으로 조금은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나서 난 몸은 게으르고 머리만 바쁜 시간을 보냈다. 뭔가를 해서 바쁜 게 아니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머리 때문에.
아빠가 입원하시고 맞은 휴일, 오랜만에 가족들을 위해 토스트를 만들고, 작년 건강검진에서 재검이 나온 검사를 받고, 코로나 이후 가지 못했던 치과도 들렀다.
큰 아이를 치료실에 데려다주고 들른 근처 공원.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회색빛 하늘, 넓은 들판 위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들판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바람소리. 공원이 외로움과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다. 게다가 난 이미 장은정 님의 안녕을 10번쯤 들었었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 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그리워하고 울어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그게 도움이 된다면 난 잘할 수 있다. 이미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니까.
삶의 슬픔에 젖어 있던 난 엄마의 생신을 계기로 정신을 차렸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고 감사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열 때문에 입원하셨고, 담도 스텐트 시술을 다시 받으셨다. 이틀 언니가 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지금은 간병인이 계신다. 아빠는 에어매트를 깔아드렸는데도 두 곳에 욕창이 생길 수 있어 체위변경을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고 말씀을 거의 안 하신다. 가족 없이 입원해 계셔서 여러 가지 마음 쓰이는 것이 있지만 걱정을 덜기로 한다.
삶은 동화에서 처럼 이렇게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함께 나누는 사랑이 양식되어 살아지게 될 테니까. 지금의 삶이 끝이 아니니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삶도 짙은 사랑이 조명되어 빛나길, 사랑이 양식되어 살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