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우리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by HAN

잎은 어쩌고

꽃은 어쩌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그리 서 있니


잎도 없고

꽃도 없는데

깊은 뿌리와

당당히 뻗은 가지


눈물로 만든

투명 외투에

별빛 달빛의

진한 사랑까지


낮의 화려함이

적막한 밤에 우는데

넌 낮의 초라함을 벗고

밤에 빛나는구나




오늘은 겨울나무 같은 우리 엄마의 생신이다. 말라서 헐렁해진 허름한 바지를 입고, 구부정하게 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겨울나무처럼 초라하다 못해 거지할매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극성스러우리 만큼 자녀들과 사위들, 손자, 손녀들을 걱정하고 챙겨주는 그 사랑은 너무 커서 감히 사랑이 아니라고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다. 우린 엄마의 눈물 어린 사랑으로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고 성장했고 지금은 그 따스함이 엄마를 향하고 있다. 손자, 손녀들까지 팬으로 만든 엄마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빠가 많이 편찮으시기 전까진 잘 몰랐다. 아빠가 이렇게 되시고 보여준 우리 가족들의 사랑은 내가 생각해도 평범하지는 않다. 그 사랑을 이끈 건 단연코 엄마다. 딸만 낳아서 속상했던 엄마지만 우린 딸 다섯 중 넷이 엄마 근처에 모여 살고, 멀리 사는 동생도 수시로 온다. 노년에 이렇게 많은 자녀들을 가까이 두고 진심 어린 사랑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결혼 후 눈물로 보냈던 초라한 삶이 지금의 사랑으로 조금은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나서 난 몸은 게으르고 머리만 바쁜 시간을 보냈다. 뭔가를 해서 바쁜 게 아니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머리 때문에.

아빠가 입원하시고 맞은 휴일, 오랜만에 가족들을 위해 토스트를 만들고, 작년 건강검진에서 재검이 나온 검사를 받고, 코로나 이후 가지 못했던 치과도 들렀다.


큰 아이를 치료실에 데려다주고 들른 근처 공원.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회색빛 하늘, 넓은 들판 위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들판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바람소리. 공원이 외로움과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다. 게다가 난 이미 장은정 님의 안녕을 10번쯤 들었었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 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그리워하고 울어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그게 도움이 된다면 난 잘할 수 있다. 이미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니까.


삶의 슬픔에 젖어 있던 난 엄마의 생신을 계기로 정신을 차렸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고 감사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열 때문에 입원하셨고, 담도 스텐트 시술을 다시 받으셨다. 이틀 언니가 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지금은 간병인이 계신다. 아빠는 에어매트를 깔아드렸는데도 두 곳에 욕창이 생길 수 있어 체위변경을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고 말씀을 거의 안 하신다. 가족 없이 입원해 계셔서 여러 가지 마음 쓰이는 것이 있지만 걱정을 덜기로 한다.


삶은 동화에서 처럼 이렇게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함께 나누는 사랑이 양식되어 살아지게 될 테니까. 지금의 삶이 끝이 아니니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삶도 짙은 사랑이 조명되어 빛나길, 사랑이 양식되어 살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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