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다가온 봄처럼

내 품에 안겨

by HAN

촉촉한 작은 입술

쑥 내민

아가

환한 웃음 안고


설익은 과일의

신맛처럼

반쯤 눈을 감게 하는

어설픈 사랑 안고


아픔을 덮고

아이의 투정에 미소 짓는

속 깊은 엄마의

따스한 토닥임 안고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풍경

애달픈 눈물 안고


그렇게

봄이 내게 온다

그렇게

네가 내게 온다




몇 년 전 이모부 장례식장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영정사진을 봤을 때 사진 속 이모부는 조금은 무서운 모습이셨다. 마치 화가 나신 것처럼. 그런데 화장터에서 본 그 사진 속의 이모부는 미소를 짓고 계셨다. 같은 사진인데 어떻게 그렇게 달라 보였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어느새 다가와 있는 봄을 보며, 아빠를 보며 그때 봤던 이모부 영정사진이 생각났다.




아빠가 요양병원에서 퇴원하신 지 20일이 되어간다. 식사량도 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아빠는 지난주 MRI를 찍고 온 다음날 저녁부터 콧물이 나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마에 올려드린 물수건을 수시로 바꿔가며 2시간마다 체온을 확인했고, 해열제를 드시지 않아도 괜찮아졌다가 안심할만하면 다시 오르길 반복하면서 며칠이 지났다. 엄마와 언니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열이 잡히지 않아서 아빠는 내일 병원에 입원하신다.

요양병원에 계셨던 분들은 항생제 내성균 검사 음성이어야 입원이 되는데 아직 검사를 안 한 상황이라 1인실로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요양병원에 입원한다는 건 항생제 내성균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다.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갈 수밖에 없는 곳. 세균들의 전쟁, 삶과 죽음의 전쟁, 미움과 사랑의 전쟁. 요양병원은 다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전쟁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빠는 내일 입원하는 병원에서의 치료 결과에 따라 간신히 탈출한 전쟁터로 다시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늦게까지 아빠 집에 있었으면서도 내일 입원하는 아빠에게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왔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난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난 그저 아빠가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받고 가길 바란다. 또 이 땅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내 품에서 평안히 하늘나라로 가시길 바란다. 그 순간이 오면 난 두려움 없이, 기쁨으로 아빠를 따뜻하게 안아드릴 거다.




어느새 봄이 눈앞에 와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게 윗글의 봄 같은 분들이다. 사랑을 전한다.


내게 다가온 봄처럼

내게 다가온 너

넌 내게 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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