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순 구 23화

틀니와 간호사

외전(外傳) 4

by 리얼라이어

돌이켜 보건대 아버지 장례기간 동안 유가족으로서 눈물을 참아 내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크게 여섯 번이었다. 시간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입관할 때, 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하신 여러분이 조문할 때, 빈소에서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로 예배드릴 때, 발인할 때, 아버지의 육신과 영원히 이별해야 할 때와 유골함을 두 손으로 받아 가슴에 품었을 때, 유골함을 안치할 때다. 아, 이렇게 열거하는 과정을 적어 나가니 그때의 순간이 너무도 생생하여 목구멍 끝까지 올라오는 뜨거움을 잠시 식힌 후 글을 계속 이어 가야겠다.


아버지 일기에는 총 네 번에 걸쳐 치과에 다녀온 얘기가 적혀 있다. 다름 아닌 틀니 때문이었다. 고장이 나버린 틀니를 손보러 가신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딱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유골함을 받아 들기 전 불에 타지 않은 보철물을 폐기할지 아니면 어떻게 할지 유족인 우리에게 물었었다. 당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기에 몇 초간 불에 타지 않은 그것이 치과 보철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결정은 폐기였다.


아버지는 가족 앞에서 단 한 번도 틀니를 빼어 보이신 적 없는데, 굳이 볼 품 없는 틀니를 보여줄 이유도 없거니와 틀니를 빼내었을 때 입 주변이 쭈글쭈글 해지는 모습을 자식과 손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하셨다.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실 때 틀니는 대부분 보관함에 놓이게 됐다. 단, 식사 시간과 병문안 온 누군가를 마주할 때만 예외였다. 그러니까 틀니는 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다고 할까? 살이 빠져 초췌해지고, 두 눈과 얼굴 전체가 노랗게 변해 버리고, 피부는 거칠거칠 해졌어도 아버지 당신의 품위만 큼은 지키고 싶어 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아직 멀쩡해'라고 말이다.


이러한 틀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그리고 그 뜨거운 불 길에서 아버지가 외롭고 두렵지 않게 함께 동행 해준 고마운 친구다.


잘 버틴 이빨이 오늘 고장이 났다. 약 6개월 잘 버티었는데 내일 가서 잘 고쳐야지. _ 2016년 4월 5일 화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윗 틀니가 시원치 않아 치과에서 손을 보고는 마음이 흡족했다. 아주 튼튼하게 잘 손질해준 간호원 언니가 아주 예뻐 보였다. 7월이 되어야 00 틀니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니 외나무다리를 건너 듯 불안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간에 그때까지 잘 버티고 견뎌야 할터인데. 그때가 되면 000 교체를 해야 하겠다. _ 2016년 4월 6일 수 맑음
점심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오후에 치과에 가서 치아를 고쳤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간호원 언니가 참으로 고맙다. 벌써 몇 년째 인상한 번 찌그리지 않고 손님에게 잘 대해 주는 간호원 언니가 참으로 고맙다. _ 2017년 6월 7일 수 흐림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틀니가 망가져 아침 일찍 치과에 갔다. 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내 틀니를 잘 치료해 주는 간호원 언니가 있어 부탁을 했더니 얼굴 한 번 찌그리지 않고 정성 들여 고쳐 주는 간호원 언니가 고마워 참외 1봉 다리(만원)를 선물하였다. 그 고마움에 선물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 결 가볍고 정말 잘했다 싶어 마음이 뿌듯했다. _ 2017년 6월 15일 목 맑음


아, 어느 치과병원의, 어떤 분이길래 아버지께서 이토록 흡족해하셨단 말인가! 알고 싶었다. 엄마께 살짝 여쭈어보니 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병원이었다. 다만, 내가 본가를 갈 때 특별히 지나갈 이유가 없는 도로변에 위치한 곳이어서 몇 번은 일부러 지나쳐 간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멀리서 보이는 병원이 있는 건물, 스쳐 지나가는 병원 앞 길, 사이드 미러에서 점점 멀어지는 건물을 뒤로하며 그 간호사 분을 나 혼자 그려본다. 비닐봉지에 참외를 담아 가볍게 페달을 밟고 운전하는 저기 내 아버지도 보이네. 언젠가 그 간호사 분을 만나게 된다면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덕분에 그 날 아버지의 하루는 최고였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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