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손길

by 리얼라이어

꽃, 손길


머문 자리만큼

머물다 간 자리도

황홀하다,

그대는.

꽃이다.


(c) 슬로우 스타터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에는 여러 해에 걸쳐 사과, 감, 포도, 대추 묘목을 마당 텃밭에 심고 수확하기까지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지금, 녀석들은 이 한 겨울 눈 밭에 묻혀 있다.


분명 아버지의 손길을 타지 못해서 이리되었겠지. 차라리 새 밥이 되었다면, 그랬다면 네 인생이 이토록 쓸쓸하지는 않았을 텐데. 저들의 인생이 안쓰러워 한참을 바라보다 녀석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한다.


인생은 누구의 손을 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생엔 투박하더라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널 바라봐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의 손길이 닿아 부디 꽃으로 태어나길.


KakaoTalk_20210707_162115976.jpg 차라리 새 밥이라도 되었다면 | (c) 슬로우 스타터
아버지의 손길을 탔다면 네 삶도 꽃이 되었을 텐데 | (C)슬로우 스타터


keyword
이전 11화매미가 울지 못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