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의 시작

드디어 엄마

by 아라온

여성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배가 나온 임산부들과 배가 나오고 싶은 여자들이 병원을 오간다. 후자에 속한 나는 3년을 끈질기게 한 병원만 다녔다. 의사 선생님들이 한 두 명 바뀌기도 하고 간호사 선생님들은 그보다 더 자주 바뀌었다. 시간이 흘렀음을 일깨운 건 그런 눈에 보이는 변화였다. 나와 같이 3년 전부터 병원을 다니던 여자들은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는 듯했다. '모두 임신에 성공했겠지' 어쩐지 아직도 병원에 다니며 난임 시술을 받는 내가 초라해진다.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남은 동결된 수정란을 마지막으로 끝내야겠다' 혼자 다짐한다. 마흔이 된 2020년 1월의 일이다.


5개의 동결 수정란은 이제 2개로 줄었다. 1년에 걸쳐 3개의 수정란을 넣어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음을 먹고 남은 2개를 한 번에 이식했다. 이전처럼 1개만 이식할 경우 버려질 1개에 미련이 남을까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설마 쌍둥이가 될까' '지금까지 이렇게 안 됐는데' '하나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수술방에 들어가 눕는다. 마지막 시도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단단해진다. 그날 아침에는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마지막'이라는 말과 '마지막'이 갖는 의미는 나를 더욱더 결연하게 만들었다.


"임신입니다"

병원에서 온 전화에 눈물이 차오른다. 전화기 너머 간호사에게 들키지 않으려 눈물을 꾹 삼키며 담담히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끝나고 나서야 왈칵 눈물을 쏟아낸다. 3년간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인공수정, 화학적 유산, 계류 유산, 소파술, 자궁외 임신 등. 그간의 일들이 설움으로 쌓여 목놓아 울었다. 다행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임신 소식을 듣고 8개월이 지난 9월 2일, 아이를 낳았다. 별과 달(태명)이 세상에 나왔다.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