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몸에 지닌다는 것
임신 4주 차. 보통은 임신인 줄도 잘 모를 시기에 입덧을 시작했다. 시험관 시술을 한 덕분에 임신 주수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병원에서 임신 반응 피검사를 하고 임신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 바로 임신 4주 차에 해당된다. 초기라 조심스러울 때, 임신이 과연 맞을까 싶을 때, 설을 앞두고 시댁에서 전을 부치고 있을 때 입덧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기름 냄새를 너무 맡아 메스꺼운 거라고 여겼다. 잠시 쉬면 되겠지 했지만 괜찮아지지 않았다. 멀미를 하는 듯한 울렁거림. 동치미를 한 사발 들이키고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입덧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냉장고 근처에서 새어 나오는 음식 냄새가 역하다. 특히 김치 냄새와 밥 냄새가 그리 고약할 수가 없다.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무언가를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가 게워낸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우웩'하며 뛰쳐나가는 입덧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일이 없어 집에 있었다는 점이다. 밥 대신 면이나 빵을 먹고 그 마저도 토하는 일을 임신 10주까지 계속했다. 이후에는 가벼운 멀미 증상과 소화불량이 임신 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입덧이 잠잠해지니 꼬리뼈가 말썽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꼬리뼈 통증에 몸을 펴기가 힘들다.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진 것처럼 꼬리뼈가 아프다. 아프기만 하면 괜찮은데 움직이지를 못하겠다. 제대로 일어서기도 앉기도 힘들다. 앉거나 일어설 때 가해지는 꼬리뼈 통증에 어금니를 악 문다. 이 또한 임신부가 겪는 증상이라고 하니 안심이 되면서도 고통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남편에게 인터넷에서 찾은 꼬리뼈 마사지법을 보낸다. 임신으로 인한 고통을 그와 나누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매일 저녁 마사지라도 좀 해달라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어느 날 저녁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귓가에서 '윙'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오직 내 귀에서만 나는 '삐'소리, 이명이 온 것이다. 덜컥 겁이 났다. 이명은 수술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째야 되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임신으로 인한 증상 중 하나. 임신이 끝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고 하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단다. 너무 그 소리에 집중하지 말고 지내라는 팁도 발견한다. 이후 내 귀 안을 울리는 '삐'소리는 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와 다름없었다. 성가시던 소리도 익숙해졌다.
철분은 16주부터 먹기 시작한다. 변비도 그즈음부터 동반된다. 똥배인지 임신부의 배인지 모를 상태의 배는 20주 즈음되면서부터 제법 볼록해졌다. 그전까지는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큰 옷들을 입고 다녔는데 이제 바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배가 늘어나는 임부용 바지를 사 입을 수밖에 없다. 20주가 지나니 배가 날이 갈수록 부풀어 오른다. 그럭저럭 견딜만했던 변비는 절정에 이른다. 소화는 안 되고 배는 부른데 배변이 어렵다. 화장실에서 마치 출산을 하듯 힘을 쓸 때면 회음부까지 통증이 온다. 이러다 아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임신 후기로 접어드는 28주에는 피부병을 맞이했다. 종아리에 빨갛게 발진이 올라왔다. 가렵다. 연고를 바르면 금방 나을 텐데 바르지도 못한다. 혹시나 태아에게 해를 줄까 그냥 참아낸다. 집에 있는 알로에 수딩젤만 바르고 또 덧바르며 가려움을 줄이려고 애쓴다. '두 달만 더 버티면 된다.' 되뇐다.
"임신하면 그럴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은 녹음기를 튼 듯 같은 말을 매번 반복했다. 정기검진 때마다 '좀 어떠냐'라고 묻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증상을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그 말과 다르지 않았다. 임신으로 변하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 처음 겪는 변화에 당황하고 걱정하는 임산부는 의사의 말에 안도하면서도 씁쓸하다. 임신부는 진정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데 쓰이는 '캐리어'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서다. 아이만 괜찮다면 산모는 어떠한 고통도 기꺼이 견뎌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보다는 아이가 우선시되는 삶이 시작되고 있다. 내 몸이 부서져도 너만은 건강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