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만월산 용연사에서
재작년 가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충북 영동에 있는 반야사라는 절에 템플스테이를 목적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황간역에 내려 반야사까지 대략 10km 정도 걸어 들어간 것 같다. 굽이굽이 산길과 잘 가꿔놓은 데크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반야사에 도착했다.
초행길이라 멀게 느껴져서 다리가 무지 아팠지만, 그 당시 가을풍경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풍경에 홀려 힘든 것도 모르고 몽롱한 기분으로 걸었던 것 같다.
남편이 가끔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기에, 처음에는 왜 그런데를 가느냐, 나 같으면 차라리 호캉스를 가겠다고 했다. 말로는 절대 동행하지 않겠다 해놓고, 호기심으로 반야사에 한 번 따라갔다가, 템플스테이 거부감은 일단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작년 여름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천은사에 두 번째 템플스테이를 갔다. 천은사는 장마철이 끝난 뒤에 찾아갔더니, 절 앞으로 흐르는 강물이 불어난 상태라 밤새도록 세찬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지금도 귓전에 물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하다.
그리고 요번 주말에 2박 3일로, 강원도 강릉에 있는 용연사 템플스테이에 다녀왔다. 벌써 세 번째 템플스테이다.
충북, 전남, 강원!
반야사, 천은사, 용연사!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걸어서 갔더랬는데, 이번에는 대중교통이 불편할 것 같아서 승용차를 끌고 갔다. 강릉이라 동해바다가 있는 곳 아닌가? 다른 때 보다 오가는 길이 즐거웠다. 가는 길에 초당순두부도 먹고, 안목해변에 들러 로지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했다.
또 템플스테이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용연사 초입에 있는 공감 카페에서 커피, 주문진항에 가서 산오징어회 먹기, 테라로사 강릉점에 들러 또 커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승용차로 다니니 이동이 자유로워 템플스테이도 보통의 여행처럼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젯밥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이지만, 희한하게 이번 용연사 템플스테이는 좀 특별해서 좋았다.
첫째, 나는 종교가 없고 체험형이 아닌, 휴식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예불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용연사는 규모도 작은 편이고 참석자들이 많지 않고, 스님이 친절하셔서 나도 모르게 저녁 예불에 참석하게 되었다. 절하는 방법도 배우고 나니 나름 뿌듯했다.
둘째, 저녁 6시 타종 시간에 28번의 종을 치는데, 처음으로 스님의 도움으로 종을 쳐봤다. 범종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쳐보는 일도 특별한데, 종소리의 울림이 정말 마음 깊이 들어오는 기분을 느꼈다.
셋째, 주지스님과 한 번, 비구니스님과 두 번의 차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도 처음 경험하는 것인데 꽤 긴 시간이었다.
어디에서도 직접 대면하기 쉽지 않은 주지스님인데, 우리 부부를 앞에 두고 맛있는 발효차를 손수 준비해 주셨다. 차를 마시면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넷째, 비구니스님과 함께 저녁 차담을 하고, 명상하는 방법을 배웠다. 명상하는데 필요한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을 듣고, 직접해 보았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일상에서 명상하기를 습관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섯째, 절 뒤편에 연화봉이라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 일출을 감상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서 둥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일도 처음이었다. 일출 순간을 영상으로 담고 보니, 감동적이었다.
여섯 번째,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물고기 모양의 풍경은 밤낮없이 바람을 만나 딸랑딸랑 고운 노래를 부르고,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새소리, 바람소리만이 어둠 속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대웅전을 새로 짓고 있고, 절터 주변이 공사 중인 데가 많아서 조금 어수선한 것만 빼면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것들이 많아서 신선했고, 스님들과 템플스테이 관계자 분들도 친절하시고, 숙소도 깨끗하고, 공양간 음식들도 정갈하고 맛있었다.
용연사 템플스테이, 호캉스를 꿈꾸던 나를 템플스테이로 점점 이끌고 있다. 아직 꽁꽁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오면 용연사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 궁금하다.
ㅡ나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ㅡ소원만 빌지 말고, 나는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해라.
ㅡ가족이나 주변사람들한테 축언을 해주라.
ㅡ마음이 답답할 때, 내 코를 막아보라. 몇 초도 못 버티고 손을 떼고 숨을 쉬게 된다. 가장 급하고 중요한 것은 숨을 쉬는 것이고, 지금 숨 쉬고 살아감에 감사하라.
ㅡ명상하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진다.
내 기억력이 나쁜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내게 와닿은 내용들이라 이제는 내 거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