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내와 식사를 한 후 묘한 긴장감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은 누가 고무장갑을 끼는가에 대한 소리 없는 기싸움이다. 일반적으로는 2가지 국룰이 있는데 '오늘의 요리사 면죄부'와 '이번엔 너 차례' 룰이다. 당연히 오늘 요리한 사람은 그 노고를 인정받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 혹은 지난번에 내가 했다면 이번에는 네가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수 있다.
ⓐ 요리를 한 사람 → 설거지 면제
ⓑ 지난번 설거지 한 사람 → 설거지 면제
하지만 항상 상황은 아래와 같이 복합적이고 애매하다.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① 어제 내가 설거지를 했으나 오늘 아내가 요리를 했다.
② 요리를 같이 했다.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굉장히 어렵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날 내가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내가 요리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국자를 잡았다. 국자 잡는 순간 나는 '오늘 설거지는 누가 하지'하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결국 누가 설거지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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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벌이를 한다고 해서 바깥사람이 무조건 집안일을 안 해도 된다 하는 조건은 없겠지만, 맞벌이를 하는 경우는 어느 비율로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이 적당할까? 내가 봤을 땐 더 깔끔한 사람이 60, 덜 깔끔한 사람이 40 정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20 정도의 차이는 용인할 수 있지만 30 이상의 차이는 불만을 가져온다. 그럼 현재 우리 부부는 어느 정도 비율로 집안일을 하고 있을까? 한번 적어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아내와 나는 5:5로 아주 공평하게 집안일을 분담하고 있었다. 내가 6 정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충격이었다. 평소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부분이나 세탁, 청소 및 분리수거 등은 내가 잘 챙기지만 아내는 요리나 화장실 청소 같은 굵직한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던 것이다.
누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가에 대한 '정량적'인 부분에서 아내와 다투기도 하지만 얼마나 깨끗하게 하나에 대한 '정성적'인 부분도 논쟁 거리가 되곤 한다. 다만 깨끗하게 설거지하는 기준이 서로 다른데 나는 최대한 기름기 있는 접시가 겹쳐지지 않게 하고 음식물을 담았던 1회 용품들은 바로 물로 헹궈서 싱크대 옆에 빼놓으며, 음식을 하면서도 뒤에 설거지하는 사람을 위해 최대한 싱크대에 분류를 해서 설거지 거리를 놔둔다. 그런데 아내는 접시를 막 겹쳐놓고 1회 용품들도 싱크대 안에 넣어 놓으며 요리를 하면 싱크대를 폭탄 맞은 것처럼 해놓는다.(물론 우리 아내는 정말 요리를 빠르고 맛있게 잘한다. 이건 인정) 반면 아내가 신경 쓰는 부분은 프라이팬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닦지 않고 그냥 물로 씻는다던지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쓰레기봉투에 버리지 않고 개수대에 넣었다가 치우는 부분들이다. 결혼하고 1년 동안 이걸로도 정말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어떻게 집안일을 분배하는 것이 좋을까? 내가 내린 정답은,
① 현재 얼마큼 집안일을 하고 있는지 적어본다.
② 6:4까지는 한쪽이 양보하나 7:3부터는 조정이 필요하다.
③ 배우자가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해준 부분에 대해 알아주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한다.
이렇게 하면 최소 집안일로 싸우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가 전날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요리를 하는데 아내가 국자를 들었던 날, 그 날 설거지는 놀랍게도 아내가 했다. 아내가 한 번 져 준건지, 아님 자신이 생각했을 때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먼저 고무장갑을 껴 준 사실에 매우 감사하다.
안녕하세요. 부부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는 '그남자'입니다. '그여자'로 활동하는 아내와 같은 주제로 1주일에 하나씩 각자의 생각을 펜으로 옮겨 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남녀의 다른 생각을 비교해 읽으시면서 남편과 아내분들께 공감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