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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Dec 06. 2024

두 번째 복직은, 힐링이다!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다

드디어 복직이다!

아이를 둘 낳은 엄마에게 복직이란 탈출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이를 하나 낳았을 때만 해도 회사로 돌아가는 게 좋은 건지 싫은 건지 긴가민가 했다. 그리고 둘째를 낳기 위해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번엔 절대 복귀하지 않고 퇴사를 하겠거니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의 정신은 온갖 잡다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음이란 정합적이고 계통적이면서 설명 가능한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 하루키 ‘잡문집’ 중에서 -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고 간결하게 잘 표현해 놓은 문구가 있을까. 나의 마음도 이와 같았다. 온갖 감정들에 휩싸여 지내다 복직할 때가 되니 또다시 잡다한 감정이 드는 것.




아이 둘 양육을 하며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자, 돌아갈 회사가 있다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회사에 가면 그래도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며 나로 살 수 있겠지’했다. 예전에 역시 아이가 둘인 시누이가 한 말이 있었다.


“주말에 애들이랑 보내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면 힐링이야. “라고.


이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주말에 쉬는 게 더 힐링이지 뭔 출근이 힐링이라는 거지? 하며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복직을 하고 보니 ‘나’로 사는 거 자체, 나로 살며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하지만 복직이 다가오자 첫째 때와 같이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나는 뭐든 다가오면 ‘무얼 준비해야 하지?’하며 사서 걱정을 하는 타입이라 예전 입사동기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보나야, 넌 참 준비성이 많은 거 같아. 나중에 내가 사업을 하게 되면 꼭 연락할게.”


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걱정이 많은 것만큼 행동으로 옮기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많이 하고 걱정만 많이 해서 대학생 때는 별명이 ‘걱정부자’이기도 했다. 이번 복직 때 했던 걱정을 늘어놓자면 아래와 같다.


1. 출퇴근 수단에 대한 걱정

휴직을 하며 회사가 인천으로 이동하였다. 집은 서울인데 인천까지 셔틀을 타고 다니려면 매일 새벽 5:30에 일어나야 한다. 이미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나는 다시 셔틀을 타고 제대로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가 최대 걱정이었다. 셔틀을 놓치면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데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하면 2시간은 걸릴 거다. 그럼 아이들의 하원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결론은 자차를 가지고 다니는 게 제일 낫다에 이르렀다.


그런데 내 운전경험은 2년 전 6개월 정도 가까운 거리를 왕복해 본 게 다였다. 그러다 아이를 낳은 이후는 운전을 쭉 쉬었고 당시에도 운전이 무섭고 서툴었던 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먼 거리의 회사에 자차로 어떻게 다닐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너무너무 두려웠지만 이번엔 꼭 극복을 해야 했다. 복직 두 달 전부터 맘카페에 운전연수 해주실 분을 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집에서 출발하여 회사까지 가는 경로를 집중적으로 연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말 운 좋게도 내가 만난 운전연수 강사님은 채찍질하기보단, 희망을 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스타일이셨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너무 잘하는 거다’, ‘조금만 더 하면 스스로 하셔도 되겠다’ 하며 용기를 주셨다. 그뿐 아니라 운전이 익숙해지면 부주의해지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차선 변경 시엔 방금 차가 없었더라도 항상 사이드 미러와 사각지대를 눈으로 확인하며 변경해야 한다, 미리 브레이크에 발을 가져다 대는 습관은 좋은 거다 라며 칭찬도 해주셨다.


지금 와 생각 보니 그녀는 밀당의 달인이었다. 자신감이 생겨 좀 속도를 내려할 때는 거만하지 않게 도와주셨다. 운전을 하고 익숙해져서 본인 정도의 실력이 되면, 차 안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거라며 우스갯소리도 하셨다. 그분과의 운전연수 경험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운전은 배우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만큼 단순하다)라는 말.


이 말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이렇게 단순한 거라면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거잖아? 라며 닫혀있던 내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었고 운전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걷히자 운전은 쉬운 일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초행길과 장거리 운전은 두렵다. 하지만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은 기계가 된 것처럼 발과 팔과 손목의 힘을 이용하여 갈 수 있다. 그리고 운전선배인 내 동생이 해 준말도 항상 새긴다.


“언니, 운전할 땐 멍 때리지만 않으면 돼.”


별 말 아닌 거 같지만 운전하며 나 스스로 해이해질 때마다 되새기는 나만의 말이다.


2. 아이들 돌봄 문제

두 번째 걱정은, 역시 아이들의 돌봄 문제였다. 그 당시 첫째는 어린이집을 떠나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해야 했다. 기질적으로도 예민하고 기저귀도 매우 늦게 뗐으며 5세 초반까지도 배변을 스스로 처리하는 데에 두려움이 있던 아이였다. 이런 아이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야 했는데 회사에 간 엄마는 저녁 늦게나 돌아왔다. 둘째는 갓 돌이 지난 2살의 나이로 어린이집이라는 사회생활에 첫 발을 들였다. 두 명의 아이의 새로운 사회생활이 시작됐고 동시에 엄마의 사회생활 또한 시작되었다.


우선, 등하원 이모님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 내에 공고를 붙였다. 각종 앱에서 구할 수도 있었지만 정작 가까운 거리의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구하는 게 젤 낫다는 결론에 이르러 손수 PC로 글귀를 작성하여 아파트 게시판 여기저기에 붙였다. 연락이 많이 안 올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왔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서 인지 나이가 자녀를 다 키우시고 여유롭게 돌봄을 하려는 분들이 계셨다. 그중 몇 분을 면접보고 인상 좋아 보이시는 60대 이모님을 구하게 되었다. 적응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은 걸렸지만 이모님도, 아이도 모두 적응해 냈고 1년간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3. 일에 대한 걱정

마지막은, 일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닌데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나는 가면 또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 지긋지긋함을 느꼈던 회사가 여전히 그럴지, 두려움이 앞섰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집 DNA 임이 틀림없다. 아빠가 변화를 싫어하는 편에 속하시고 나도 그렇고 우리 첫째 또한 그렇다. (그런 아이를 보며 채근하는 내 모습이 가끔 이중적이다. 너도 어려운 걸 애한테 시키려고 하니.) 그렇지만 이 걱정은 내가 아무리 준비해도 가서 닥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으므로 둘째 복직 땐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마음의 준비’만 했다. 실은 영어공부를 제대로 못한 게 후회가 되긴 했지만. 완벽해지려는 욕심은 이미 버렸다. 나를 괴롭히지는 않기로 했다.


복직 전 도장 깨기를 하듯 나만의 준비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그날의 기억을 적어보려 한다.

밝은 얼굴로 새로 산 와인색 코트를 입고 자차로 운전하여 회사에 복귀하던 날, 오래된 선배님은 말씀하셨다.


“보나 선임님, 엄청 멋있어져서 왔네요.” 라며.

“하하하, 감사합니다.”


라고 화답하며 와인색 코트를 휘날리며 팀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간단한 면담을 통해 ‘1년 전보다는 조직이 더 나아져있고 체계가 잡혀있고 많이 달라졌다 ‘ 라며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전에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시, 난이도가 중간인 일이었음에도 난이도 상으로 느껴졌다. 고군분투하며 누구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의존적인 성격이 좀 있어서 일의 마무리조차 도움을 많이 받던 성격이었는데 아이를 둘 낳고 다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의 그 어떤 보나보다 책임감 있고 자주적인 사람으로 변해있는 내 모습이 낯설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역시 육아는 육아하기 전의 나와 육아 후의 나로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구나.


두 번째 복직했던 날은 새로운 사람이 되어 태어난 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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