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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19. 2023

리더인가 인플루언서인가

리더, 불편의 강 건너기 2화

우리 팀장님은 팀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라고 말할 수 있지요~! ㅎㅎ

예전 회사에 있을 때, 어느 팀장에 대한 팀원의 평가였다.


그는 팀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조직관리도 꽤 잘해 나갔다.

이것만 보면 바람직한 리더상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자의 반 타의 반 나가게 되었고 회사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회사는 왜 그를 원하지 않았을까? 팀원들도 잘 따르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다.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 중 효과적인 것이 하나 있다.

회사가 아니라 본인 조직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는 팀원도 잘 챙기고 일도 잘해 냈지만 부서 밖으로만 나가면 마치 전쟁하듯이 타 부서와 싸우는 일이 잦았다. 부서원들을 지킨다는 명목이었지만 타 부서와의 협업도 거부하고 업무요청에도 부정적 태로로 일관했다.  당연히 그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들을 이해하기엔 직원들의 원성이 너무 크고 잦았다. 심지어는 이런 말도 있었다. "너무 심한 것 같다. 회사원인가 부서원인가. 뭐가 먼저인가.  부서가 있기 전에 회사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부서에 출근하지 말고 회사에 출근했으면 좋겠다"  "정당한 업무요청인데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못해먹겠다"

그는 자신만의 성을 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다. 이전에 심한 정치질을 당했을 수도 있고 바보같이 맨날 타 부서에 당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에게 어떤 경험과 트라우마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팀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나 힘든 일을 쳐내고 팀원들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  팀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잊은 것이 있었다.


1. 우리는 부서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 (리더라면 회사관점을 잊어선 안된다)

2. 생존은 물과 같아서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손에서 빠져나간다는 것.

3. 일의 체계는 "부서화"가 아니라 "회사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부서는 독립체가 아니라 유기체다)

4. 팀원들의 지지만 받는다고 내 성이 견고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외부의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 아무리 일 잘하고 오랜 시간 회사와 함께 있었어도 회사는 언제든 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내가 아무리 공이 있다 해도 회사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 들면 조치가 들어올  것이다)

6. 나와 팀원을 지키려면 오히려 외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른바 내치와 함께 외치도 해야 한다는 것. 이런 면에서 그는 현명하지 못했다. 외치를 엉망으로 한 것이다. 마치 독재국가처럼)

7. 리더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팀원을 편하게 해 주면 당장은 인기가 올라가고 지지를 받겠지만 뭐가 팀원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조직에는 높은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하지만 높은 일 수행 기준도 필요하다. 때로는 회사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든 일도 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팀원의 성장은 "힘든 일이지만 과정과 결과를 잘 만들어 냈을 때" 일어나기도 한다.

8. 리더는 불편한 사실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불편의 강을 건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팀원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리더라면 그 조직은 언젠가 무너질 조직이다. 

9. 안으로 잘 쌓은 성은 난공불락이지만 외부와의 관계가 고립되면 결국 내부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의 생각은 더 굳어졌을 수도 변화를 이뤘을 수도 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까.


 



스키마(Schema)라는 것이 있다.

발달심리학자 피아제(Piaget)가 주창한 것으로 스키마는 과거 경험에 의해 형성된 개인의 인지구조. 즉 어떤 과거의 사람 또는 사건에 대해 개인이 머릿속에 형성해 놓은 의미체계다. 의사결정에 직면할 경우 심도 깊은 분석과정을 생략한 채 자동적으로 선택하는 인지구조인 것이다(네이버 사전)


조직의 리더라면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나만의 스키마가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이 깊고 고민을 많이 하는 리더는 "혹시 내가 잘못하는 것은 없는가?"와 같은 자기 성찰을 통해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나만의 스키마에 갇혀 일 하고 말 하고 판단을 한다. 어쩌면 그 팀장도 자신에게 형성된 스키마 대로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어떤 경험을 했던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던 누구든 나만의 스키마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만의 성을 쌓고 있다고, 차곡차곡 잘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 들 수록 뒤를 한 번씩 돌아보자.
나에게 이것이 스키마는 아닌지, 곧 무너질 모래성은 아닌지 말이다.


그는 팀원 말대로 부서에서는 인플루언서였지만
회사의 리더는 아니었다.
 
자신의 스키마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고정화된 행동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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