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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12. 2023

오피스빌런은 시간과 외면을 먹고 자란다

리더, 불편의 강 건너기 1화

조직진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분위기와 문제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부정적, 긍정적 문화 모두를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부정성을 들여다봐야 긍정성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결론을 낸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한다는 것인데,  제대로 한다면 정말 힘들고 고된 작업일 수 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조직의 문제가 정말 이렇게 복잡할까?

본질을 깊게 들여다 본다면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의외로 심플하다는 것이다.


좋은 리더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은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나쁜 리더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은 계속 나쁜 사람을 끌어들인다. 조직이 위험해지는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엄청난 문젯거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시간과 사람들의 외면을 먹고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점이 되고 이제 점은 점이 아니라 커다란 원이 된다. 원은 회사 전체를 둘러싼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이윽고 큰 원 속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가득해진다.


어려움에 처한 조직의 공통점은 작은 문제를
"간과"하거나 "외면"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이든 오피스빌런은 꼭 있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지 않나. 빌런은 팀원일 수도 있고 팀장일 수도 있고 임원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이사가 빌런일 때 일 것이다.


경영진이 빌런이라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백약이 무효니까. 그 회사는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아니라 일반 직원들 중에 빌런이 있을 때, 경영진은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려워지는 조직은 작은 빌런이던 큰 빌런이던 조치가 미흡하다. 이를 간과했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일을 너무 잘하는데 빌런인 사람과 좋은(선한) 사람인데 일을 못하는 사람.... 좀 극단적인 비유겠지만 과연 누구를 조직에 남게 할까? 사람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이거나 스타트업이라면?....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빨리 가면서 자기 살을 파 먹는 것"은 결국 종착지도착했지만 남아있는 살점이 거의 없게 되어 다른 목적지를 계획할 힘도, 나아갈 힘도 남아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예전 한 회사에서 겪은 일이다.

난 인사팀장으로서 도저히 빌런을 놔둘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대표이사에게 건의를 했다. 그 사람은 우리 회사에 있어선 안될 사람이라고..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대표는 모든 사람이 다 장단점이 있으니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자고 했다(일을 어느 정도 잘했던 팀장이긴 했다). 빌런은 이런 너그러움을 이용했고 결국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도망가듯 떠났다. 문제는 그가 떠나간 것이 아니라 그동안 힘들었던 직원들의 마음과 회사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였다.



빌런은 상황에 따라 빌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면과 나쁜 면? 뭐 그럴 수 있다.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빌런이라고 판단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좋은 면을 보기도 키우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빌런이 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본인은 스스로 빌런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모두가 힘들어했던 그 빌런도 이야기를 해 보면 자신은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이라... 팀원들에게 막말을 해도, 욕을 해도, 소리를 르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어도,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태도를 취하는 모습도.. 그는 그것이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과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이나 할까? 본인을 실드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빌런에 대한 대처는 회사 존립의 문제까지 간다.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빌런이 중간급 빌런이 되고 이윽고 큰 빌런이 되면 그 주변은 피폐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나쁜 정치를 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빌런을 만들어 낸다. 결국 회사에 빌런들은 점점 늘어나고 좋은 직원, 실력 있는 직원들은 조직을 떠날 것이다.


과연 이런 회사가 목적과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렇게 때문에 진정성 있는 전문가의 처방은 중요하고 결론만 내고 떠나는 컨설팅은 할 필요도 없다. 그 뒤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조직진단과 조직개발활동을 한다는 것은 깨어있는 경영진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좋은 시그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더들 중 빌런은 없는지, 직원들 중 빌런은 없는지,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것들은 없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냉정하게 기조를 정하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


빌런은 본인이 빌런인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빌런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 대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정말 회사를 생각하는 경영진이라면, 리더라면 불편한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한다.


좋은 회사가 되는 출발점은
리더가 불편의 강을 건너는 것이다

오피스 빌런이 "시간과 외면"을 먹고
크지 않도록 말이다.



사진: UnsplashStefano Pollio

사진: UnsplashBernd � Dittrich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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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taejy@achvmanaging.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mathew626/22288747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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