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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16. 2024

우리 회사는 왜 어려울까요?

당신도 알고 나도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

1.잘하는 사람은 그냥 놔둬도 잘한다

직장에서 일정직급 이상인 사람들- 팀장이나 본부장, 임원들은 리더십에 대해 지겹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리더십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참 이상한 것은, 조직을 잘 이끄는 사람은 자신이 좋은 리더라는 걸 모른다.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배워서 된 것이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리더십은 삶의 한 부분이고 태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심한 사고(思考)이자 성찰이다. 그들은 딱히 리더십 교육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의미 있고 좋은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 아닐까. 그들은 굳이 리더십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2.회사의 운명은 주사위놀이와 같다

시간이 갈수록 "리더십 개발이 그렇게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 년 되풀이되는 리더십 개발 방식이 맞을까?"라는 것이다. 매 년마다 진단을 하고 방향을 잡고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강사나 퍼실리테이터를 선정하고 워크숍을 하는 것... 등등 그 이상 무엇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매 년 담당자들은 뭔가를 배워서 조직에 적용하는데... 새로운 시도라고는 하지만 효과적 일지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한 번에 되겠어? 계속해야 효과가 있는 거지"... 난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은 마치.. 효과가 없음을 알면서도 고정수입처를 만들고자 거짓설득을 하는 마케팅사 직원이 된 느낌이다. 조직성장을 위한 변화는 반드시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문제있는 리더들을 과감하게 골라내고 조치를 취하는 것 만으로도  조직은 빠르게 안정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엄한데서 찾기 때문에 조직의 문제해결이 요원한 것이다.


예전에 팀장교육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실장님, 이번교육은 참 좋았는데요, 사실 우리보다 임원분들이 더 집중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이 아닐까 합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난 그냥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교육을 받는다 해도 더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자기객관화가 전혀 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나이스하고 전문가 냄새를 풍기는 좋은 말들이 있지만...조직의 운명은 어찌 보면 주사위 놀이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대표, 임원들이 있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리기도 하니까. 실력 있고 좋은 임원이 있는 곳에 실력 없고 엉망진창인 팀장이 있을 수 있는가?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팀장이나 팀원들의 무능을 탓할 필요가 없다. 잘못 채용 한 것이고 무능한 사람을 그냥 두고 본 리더의 책임이다. 회사가 힘들다고 생각된다면 원인을 밑으로 내리지 말고 피라미드의 정점까지 계속 올라가 봐라. 그럼 어렴풋하게라도 답이 나올 것이다.


3.조직 수준은 리더들의 수준, 딱 거기까지다.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면접관들은 직무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했다.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 질문은 없는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렇게 질문했다.


"직무분야에 많은 질문을 주셨는데....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가치관은 무엇인지, 인성, 태도 등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조직장, 특히나 조직개발분야의 리더를 채용하신다면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분들은 멋쩍게 웃으며 그냥 보면 안다고 했다. 그냥 보면 안다고? 글세...무릎팍도사급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면접관(임원)들은 후보자의 생각과 사고력을 끌어낼 만큼
높은 사고력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누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 좋은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의 차이는 무엇인가. 물론 기업의 운명은 리더십의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서 리더들의 행동이 개판오분전 이라도 그냥저냥 굴러가는 회사들도 있다. 반면에 좋은 리더들이 많음에도 비즈니스가 성장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알 수 없는 운도 작용한다. 한마디로 기업성공과 실패의 인과관계를 100%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수준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팀장이 한 임원에게 조직관리와 일에 신경을 좀 써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물론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이런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당신같은 전문가를 채용한 거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하면 뭣하러 당신을 뽑았을까?".. 이 말을 듣고 팀장은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분은 맡겨야 할 일은 무엇이고 함께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임원으로서 앞장서야 할 일은 무엇인지 "구분"을 못했던 것 같다. 아니면 다 귀찮고 그냥 정치만 하며 살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니기에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임원으로서의 태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했으면 팀장이 그런 부탁을 했을까. 임원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제 아무리 훌륭한 팀장이라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이걸 몰랐을까? 마음이 콩팥에 가 있지 않는 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그 팀장은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4.그래서..조직개발/리더십개발 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조직문화나 HR담당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 얼마나 큰 회사에서 일했는가? 어디까지 해 봤는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가?... 더 나간다면, 어떤 논문을 읽어봤는가.. 누가 더 좋은 자격증을 갖고 있고 누가 좋은 학교의 학위를 갖고 있는가. 대부분 외적인 것들이 중심이다. 물론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당연히 공부도 해야 한다. 학위나 경험, 이론들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으로 무엇을 했고 또 어떤 것이 달라졌는가? 조직개발을 위해 많은 것들을 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실질적인 성과나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담당자의 목표는 "DO"라기보다 "BE"여야 한다(장기적 관점). 또 그런 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인정해 주는 리더도 필요하다.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내가 쌓고 싶은 경험을 이 조직에서 해 보는 것도 먼저가 아니다.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든, 없던 방법이든, 전혀 HR적인 방법이 아니든... 보다 유연하게, 깊게 생각 할 수 있는 "사고력"이 더 중요하다. 되어야만 하는 상태를 생각하고 다방면으로 고민해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스펙보다 "생각하는 습관"이 더 중요한 것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다시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우리회사의 문화는 어떤 BE여야 하는가? 우리회사의 리더십은 어떤 BE여야 하는가? 우리회사 팀장들은 어떤 BE여야 하는가? 우리회사 임원들은 어떤 BE여야 하는가? 왜, 뭘 위해 하는가?



5.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일반화될 수는 없다. 특정 기업, 부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정말 훌륭한 리더들도 많고 실력 있는 담당자들도 많다. 다만, 답답하다고 생각 들거나 뭔가 잘 안되고 있는 기업, 조직의 리더, HR담당이라면 한 번쯤 "전혀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말이다.


본질은 복잡하지 않다.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엄청난 스킬과 전문성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기업에서 조직진단을 해 봤지만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조직에 "들어오는" 사람과 기존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과 "판단력"이 리더에게 없기 때문에, 아니면 조직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 사실을 모를까? 아니,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도 열심히 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든 시스템이든 "독소"는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끊어내야 할 문제다.
문제를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똑바로 보자.

대표이사든 부사장이든 임원이든 팀장이든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자신이 그 독소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회사는 계속 함정에 빠진다.


사진: Unsplashnrd

사진: Unsplashbruce 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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