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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테이블 조직 VS 온더 테이블 조직

태준열의 리더십 큐레이션

by 태준열

사원 때의 일입니다.


한 번은 잘못되어가고 있는 일을 상사에게 숨긴 적이 있습니다. 거의 한 달 정도를 숨겼죠. 주간회의 때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는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곤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명확히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문제는 밝혀지게 되었고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미친 듯이 혼이 났습니다. 찍혔다고나 할까요? 저는 그 사건 이후로 거의 1년 동안 불신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리기도 했죠 ㅠ.ㅠ

당연히 내가 잘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죠. 큰 교훈을 얻기도 했습니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돌이켜 보면 상사가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실수를 하면 짜증 내고 소리 지르고 면박을 주는 상사를 무서워했고 그래서 당장 때려치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도 안 되는 경력에 이직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제가 리더가 되어 생각해 봤습니다. 왜 그렇게 두려웠어야 했는가.... 나도, 팀장도 꼭 그랬어야만 했는가.


Under table culture

생각해 보면 그때 조직은 <언더 테이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더테이블 문화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테이블 밑에 문제를 숨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 가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무섭고 엄한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실수를 하면 일단 숨기고 보는 겁니다. 엄마 아빠에게 무섭게 혼날게 뻔하니까요. 근데 어른들이 모여있는 회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질책을 받더라도 문제를 빨리 드러내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보다 비난이 먼저고 화내는 것이 먼저고 짜증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낙인효과(stigma effect)입니다. 쉽게 말해 찍히는 거죠. 그러면 다시 만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낙인효과(stigma effect)----------------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부정적인 꼬리표(낙인)를 찍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현상으로, 그 대상이 실제로 그 부정적인 모습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 심리적, 사회적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대상자의 능력 발휘가 위축되거나 행동이 삐뚤어지는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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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팀원들도 잘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팀원도 문제가 있는 거죠. 하지만 팀장은 리더로서 더 넓게, 더 크게 보아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생기고 예측했던 일들이 틀어지고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하니까요. 그건 누구라도, 어떤 일이라도 그럴 수 있습니다.


On the table Culture

이런 환경에서 리더는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야 할까요?

조직운영에 궁극의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것은 "정당하고 좋은 성과, 구성원들을 성취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겁니다. 그러려면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즉, 언더테이블이 아니라 <온더 테이블>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게 리더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리더가 현명한 리더입니다. 두려움으로 문제가 안 생기게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두려움 때문에 문제는 더 큰 문제로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크게 터져버립니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 그것이 아직 작을 때 리더와 힘을 합쳐서 해결하는 게 더 현명합니다. 물론 온 더 테이블 문화라고 경각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 방지를 위한 노력도 해야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보고 함께 해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한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재발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업무 원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직에 투명성을 부여하는 일, 다시 말해 우리 조직이 온더 테이블 문화가 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조직에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완벽히 공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리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조직은 팀원들의 신뢰도가 높은 조직이 될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정함을 추구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성과를 부풀리거나 실수를 포장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성과를 부풀리고 실수는 축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태도를 용인하게 되면 그 조직은 팩트와 정직함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를 쉽게 용인하는 리더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성실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보고하는 직원들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은 조직이 되는 겁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들면 나도 숨기고 부풀리고 떠넘기게 됩니다. 그것도 안되면 결국 사람이 떠나게 되는 거죠.


둘째, 선(先) 문제 해결, 후(後) 질책이어야 합니다.

분노서린 책임추궁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책임추궁이 먼저가 되면 범인을 찾는 조직이 됩니다. 범인 찾는 조직이 되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습니다. 두려움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잘못한 일에 대해 질책은 있어야 하고 재발방지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리더의 감정처리가 문제인 겁니다. 분노와 화는 모두에게 도움 되지 않습니다.


셋째, 후광효과(halo effect)를 경계해야 합니다.

평가에만 후광효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팀장도 사람이니... 더 신뢰 가고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팀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잘해야 하는 게, 일을 잘해 냈다고, 친하다고 계속 잘하고 계속 좋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평소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절대 실수할 일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공과는 팩트 중심으로 되어야 합니다. 회사는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오는 데가 아닙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여야 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냉정하기도 해야 합니다. 칭찬과 질책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그 조직의 공정성은 사라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역시 정직과 팩트가 사라지는 조직이 되는 거죠.


※후광효과(halo effect)-----------------

'Halo'는 종교적인 그림에서 성인(聖人)의 머리 주위에 그려지는 '후광' 또는 '광륜(光輪)'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심리학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한 가지 두드러진 특성(주로 긍정적인 특성)이 다른 특성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편향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실제와 상관없이 더 지적이고 친절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후광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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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 온더 테이블 문화 편에 나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어떤가요? 우리 조직은 온더 테이블 문화일까요? 아니면 언더 테이블 문화일까요?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Bud Helisson

사진: UnsplashVitaly Gariev

Pixabay로부터 입수된 Sang Hyun Cho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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