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조직 만들기 #9_상위 직급 조직 정치 없애기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답답한 걸 무척이나 싫어해서 웬만해서는 잘 때 창문을 잘 닫지 않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인지 잠을 자다 몸이 으스스 떨려 새벽녘에 깨어 열어둔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이 들게 되었습니다(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는 제 덕분에 이불을 폭 덥고 잠들어있네요). 그렇게 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이번 편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번 편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성과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은 회사의 흥망성쇠의 키를 가진 키맨이라 할 수 있는 ‘대표이사(CEO)' 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돕고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실행할 최고사령관인 '임원' 역시도 조직에서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에게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저는 '팀장&부서장'(이하 팀장으로 통칭)이라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팀장'의 의미는 각 부서별로 최고 책임자를 칭하는 것으로, 만약 부서 최고 책임자가 CFO인 임원이라고 한다면 그도 '팀장'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조직에서의 팀장은 우리 몸으로 따지자면 척추의 역할 또는 중간다리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목표와 미션을 받아 팀원들에게 전달하고 팀원들이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 구체적인 행동 목표와 세부 계획을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팀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충들을 정리하여 업무 진행 시 개선점이나 도입해야 할 사항을 분석하고 이러한 내용을 경영진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부분을 겪어 보았을 것입니다.
소속 부서에 대한 상부의 중요한 의사결정 내용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데 타 부서나 현장에서 전해 들음
조직 전체와 관련된 주용 내용을 본사 사람보다 현장에서 먼저 알고 있음
업무에 대한 개선점을 꾸준히 팀장에게 전하였고, 임원회의 또는 이사회에 보고하였다고 전달받았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면 경영진이 전혀 알고 있지 못함
한 회사의 실제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는 조합의 지속적인 임금 인상 요구와 그에 대한 반영으로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여 회사의 경영이 힘들 정도로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이외에도 A사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높은 편이어서 단체협약으로 인해 2000년도 초반까지 입사한 직원의 경우 연차휴가가 매년 1일씩 추가되고, 근로기준법상 25일의 제약을 받지 않아 일부 직원들은 연차휴가가 무려 35일이나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차휴가와 별개로 연중(정기) 휴가라고 불리는 여름휴가가 있어 13월의 월급을 받기 위해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들은 휴가 소진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연차휴가수당 지급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었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HR 부서의 한 팀원은 그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연차 촉진제도'를 도입하고자 구체적인 실행 안 설계 후 보고서를 작성하여 팀장에게 지속적으로 건의하였습니다.
이러한 보고서가 임원회의 시 보고가 되었으며 해당 제도를 곧 시행할 것이라고 팀장을 통해 전달받았으나 이후 몇 달 동안이나 실행과 관련하여 전혀 진행이 되지 않는 듯 하자, 제도 도입을 제안하였던 팀원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타 부서 임원을 통해 해당 제도에 대한 진행 상황에 대하여 물었으나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일부 임원들과 상위 직급자가 퇴사하면서 연차휴가수당을 수령하고 퇴사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왜 팀장이 해당 제도를 보고하지 않았는지 알게 됩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 해당 제도 시행만으로도 연간 10억 원 정도의 인건비 절감과 더불어 직원들에게 휴가를 독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위 퇴사자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해 해당 제도를 보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도 도입을 제안했던 팀원은 상기의 행위가 회사에 대한 중대한 배임 행위로 생각되어 본사에 고발할까?라고까지 고민하였으나 HR 부서의 팀원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성실히 마무리하고 조용히 퇴사하였다고 합니다.
더하여 제가 직접 경험한 한 가지는 고충 상담을 위해 몇 곳의 현장 지점을 방문하였는데 한 직원분이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지점 직원: 인사본부장님 퇴사하신다면서요?
저: 에이~~ 그건 헛소문일 거예요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는 분인데요.
저는 그 내용에 대해 전혀 듣은 바도, 아는바도 없었으나 이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화가 있은지 2개월 후 정말 인사본부장님이 퇴사하면서 저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존경하던 분의 퇴사 소식이기도 하였으나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사항인데 해당 부서 팀원보다 현장에서 소식을 먼저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 저의 충격을 더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팀장과 팀원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한 예라고 생각됩니다.
그 밖에도 실제로 있었던 '팀장들의 기행'에 전해 들은 바가 많이 있습니다.
팀원 면담 시 '계약직 주제에', '말단 직원 주제에'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팀장도 있었으며, CS차원으로 고객에게 사과하러 나간 자리에서 고객이 팀원의 빰을 때리고 싶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고객 요구사항에 팀장이 팀원에게 '야!! 빰 한대 맞고 끝내자'라고 고객 앞에서 강요하여 무릎 꿇고 빰을 맞았다는 이야기, 조합간부에게 상습적으로 모욕과 신체적 학대를 받은 팀원에게 '네가 의사소통을 잘 못하니까 맞을 만하니 맞지'라는 등의 언급을 하였던 팀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불가한 팀장뿐 아니라 회사의 이슈에 대하여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팀장들도 상당히 많은 듯합니다. (참고 글: 지식 노동자와 직장 민주화 / 글쓴이 주진형)
임원의 보고사항이라고 하면 새벽, 휴일 상관없이 팀원들을 못살게 구는 팀장은 팀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작성한 보고사항에 대해서는 왜 묵묵부답일까요? 그리고 팀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막말하는 팀장들은 어떻게 회사에서 생존하는 것일까요?
간단히 정리하면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TOP의 의사결정구조가 정치화되어 있다
부서의 구조가 폐쇄적이다(평가의 폐쇄성, 보고의 폐쇄성)
조직의 권한 및 의사결정 구조가 상명하복의 군대식 결정 구조이다
보고의 폐쇄성과 상명하복식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차상위 직급 또는 차하위 직급 간 의사소통의 경로가 막혀 있다
위 4가지 사항에 대하여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1] TOP의 의사 결정구조가 정치화되어 있다
회사를 실제적으로 잘 운영하는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지시에 잘 따르고 임원 자리를 보존해 줄 수 있는 정책을 잘 만들며 회사의 이익보다는 임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팀장들만 자리를 보존하거나 승진, 연봉 인상 등 좋은 처우를 받게 되는 경우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는 정치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안정적인 수익의 기반을 가진 회사이거나, 회사의 주인이 불분명한 외국계 회사의 지사 격인 유한회사 및 주식회사와 관료화된 대기업에서 특히 조직 정치가 상당히 만연해 있음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팀장은 직급으로 따지면 임원 전 마지막 정규직 자리이며, 이제 초등~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가장으로 앞으로 자녀들의 대학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거나 혹은 임원이 되지 못한다면 퇴사를 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을 것입니다. 경영진의 눈 밖에 나는 경우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으니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절대복종'하는 팀장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또한 임원들 역시 계약직(일반적으로 2년)으로 매분기 별 실적보고와 평가의 압박을 받으며 매년 끝없이 상승하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걱정에 적어도 5년은 견디어야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줄 수 있으니 그 마음이 어디 편하겠습니까?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생존 원리로 실력보다는 '조직정치'로 빠지게 되고 조직정치를 해야 하니 임원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온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며 그러다 보니 팀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회사의 상위 조직원이라는 착각에 빠져 팀원들을 홀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문제점들의 핵심은 바로 '대표이사' 또는 '최고 경영자(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달콤한 이야기만을 받아들이고 쓴소리는 거부하는 태도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회사 내에서 도미노처럼 발생하게 됩니다.(이러한 최고 경영자 위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3 CEO의 속마음'편에서 조금 더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최고 경영자의 '조직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조직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 쇼핑몰 자포스(Zappos.com)의 CEO 토니셰의 조직문화에 대한 글과 조직에 대한 고민 끝에 채택한 '홀라크라시 제도'에 대한 글 링크 공유합니다.
2. 홀라크라시(Holacracy)_수직적 위계질서를 없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는 경영 조직 구조
자포스의 토니셰 CEO와 같이 수평적이 조직으로 회사를 변화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조직정치를 줄이고 임원과 팀장들이 좀 더 회사의 목표와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쓴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최고 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의 귀'를 열면 되는 것입니다.
1) '쓴소리'를 할 수 있는 특별 부서를 만들어라
조선시대의 행정제도 중 '사가원'이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뜻 그대로 간언 하는 곳입니다.
사극에서 많이 보아온 '전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차라리 저의 목을 치시옵소서'를 외치며 왕에게 청원하는 곳입니다. 사간원 소속은 그들의 직접적인 범죄가 아닌 이상 왕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마음대로 내쫓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신분이 보장되었기에 한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왕에게 조차도 쓴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특별 부서 구성시에는 각 팀의 실무를 현실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과장이나 대리급 또는 연차가 있는 사원을 중심으로 TFT 형식으로 구성하거나 혹은 직원 협의회나 노사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서의 주요 기능은 '조직정치'를 견제하고 회사의 비전과 미션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2) 직원들이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직원들이 회사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최고 경영자는 그들의 자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고위 직급자의 인사권 행사의 비중을 낮추고 팀원의 의견을 인사권에 반영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객관적인 조직 분석이 가능한 외부기관을 활용해라
회사 성과를 저해하고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고 사내 정치를 일삼는 직원은 조직에 치명적인 '암'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고 경영자 옆에서 '조하리의 창' 4가지 중 '보이지 않는 창('Blind Area: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알고 있는 영역)'을 만들어 최고 경영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신이 조직의 "암"이라는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을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적인 외부기관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는 시간적, 인력적으로 어려운 직원 1:1 면담을 외부기관을 통해 실시하여 직원들의 고충과 회사 내 문제점들을 수집하고 공통된 문제점들을 추출하여 임원 및 팀장들은 알고 있으나 최고 경영자는 알지 못하였던 부분들에 대하여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9편에서는 상위 직급자의 의사결정 구조가 정치화되어 있는 원인과 그에 대한 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10편에서는 4가지 이유 중 두 번째 '부서의 폐쇄성'에 대하여 이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6년도 마지막 연휴라고 할 수 있는 차주 월요일을 기다리면서 이번 한주도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
상단 이미지 출처: 포브스 '자포스' 기사(https://goo.gl/h022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