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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 다운타운의 이모저모

by 강하


산타 클라라 수도원을 둘러보고 코임브라 시내로 들어갔다. 골목에 있는 숙소를 못 찾아 일단 도로변 유료주차장에 주차 후 호텔을 찾아가니 호텔과 협약이 되어있는 공용주차장 위치를 알려준다. 인근 공용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건 예약시 확인했던 사항이지만, 그 공용주차장이 100m 이상의 거리인 줄은 몰랐다. 뭐.. 나자레에선 400m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었으니 그에 비하면 양반이긴 하다.

체크인 후 호텔 지정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놓고 배낭을 멘 채 큰 캐리어 두 개를 울퉁불퉁한 골목 돌길 위로 끌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 게 은근 짜증난다.


Coimbra는 특이한 도시다.

호텔 체크인 시 관광 포인트를 추천하면서 코임브라 대학을 1순위로 찍어준다. 그 중 특히 도서관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가이드북에도 도서관이 나와 있던데, 도서관이 아름답다?

외 파두(Fado) 연주하는 곳을 비롯해 몇 군데 추천 장소 중, 정작 가이드북에 소개된 수도원 같은 곳은 언급조차 안 한다. 곳곳에 수도원이 많아서인가.


짐을 풀고 골목길로 나섰다.

호텔 추천 1순위였던 코임브라 대학에 앞서 코임브라 다운타운을 먼저 둘러 본다.

코임브라 다운타운의 중심 축인 페레이라 보르게스 거리의 출발점 포르티젱 광장.

사진 오른쪽 Comur 라 쓰여져 있는 건물은 뭔가. 처음엔 건물 보수작업을 하기 위한 단순한 걸개 사진인 줄 알았다.

잘못 본 건 아니다. 건물 외벽 리뉴얼 작업을 하는가 본데, 출입구 상단에 황금색 Comur 마크가 있는 걸로 보아 외벽 걸개 사진이 건물과 무관한 건 아니다. 내부가 화려해 보이는 이곳은 뭘 하는 곳이길래 ..

금빛 문양으로 치장된 맞은 편 벽이 언뜻 그간 보아온 중세 유럽 성당 제단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럭셔리한 이곳은 의외로 통조림 제품을 파는 곳이다.

지리적 특성상 수산업이 발달한 포르투갈 연안에서 어획된 다양한 어종의 통조림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정어리 통조림이다. Comur는 포르투갈의 대표적 통조림 전문기업이다. 우리나라의 동원참치 사조참치처럼.


위 포르티젱 광장 사진 중앙 파라솔을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면 페레이라 보르게스 거리다.

페레이라 보르게스 거리 중심에 있는 겉에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 카페.

반 지하와 복층 구조의 내부가 엄청 넓다.

음료는 물론 식사 대용 빵과 샌드위치도 다양하고, 벽면 진열장에는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부담없이 커피와 케익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착한데다 직원이 얼마나 유쾌한지 두 번씩이나 들렀다.

포르티젱 광장에서 여기까지가 페레이라 보르게스 거리. 왼 길로 가면 코임브라 시청과 산타 크루즈 성당이 나온다.


산타 크루즈 성당 입구 옆 Cafe Santa Cruz.

이 동네 Cafe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카페가 아니다. 여기도 Cafe라고 하기엔 판매 품목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포르투갈 고유 민속 음악인 파두(Fado) 공연까지 한다.

만돌린처럼 바디가 둥근 포르투갈기타와 12줄 클래식기타 조합이 파두 반주의 기본이다. 포르투갈 파두의 원조는 리스본이라 하는데, 구슬프고 서정적인 음률의 리스본 파두와 달리 코임브라의 파두는 평온하고 밝은 느낌이라 한다. 듣고 보니 리스본 Santa Justa 호텔 식당에서 들은 애절한 곡조의 파두와는 좀 다른 듯하기도 하다.

Fado에 대한 검색을 통해 고등학생 시절 프랑스 샹송으로 알고 자주 듣던 [검은 돛대]라는 곡이 파두였다는 걸 50년 가까이 지난 이제서야 알았다. 아직도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는 그 곡을 원산지(?)에서 들으면 감동일텐데..


1개에 10유로, 2개 사면 할인해서 하나에 6유로라는 거겠지. 가방이나 신발이 15,000원도 싼데, 두 개 사면 하나에 9천 원이라고?


코임브라 대학으로 가는 길은 어떤 모습일까.

포르티젱 광장에서 페레이라 보르게스 거리를 따라 걷던 중간쯤 오른쪽 골목의 아치형 게이트. 코임브라 대학으로 가는 관문 격이다.

이 게이트를 지나 나타나는 계단은 코임브라 대학까지 이어진다.

사진 우측 청동 항아리를 들고 있는 여인의 발등과 항아리 손잡이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사람들의 손을 저리 탔을까.

코임브라 대학으로 오르는 퀘브라 코스타스 계단의 Quebra는 Breaker, Costas는 Back이라니 등골 빠지는 계단 쯤 될 거 같은데, 대학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호된 신고주(酒)로 인해 몸을 못 가누고 계단에서 구르기 일수였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럽에도 이런 선후배 신고식이 있다는 게 새롭다.

계단 끝에 오르면 코임브라 대학 캠퍼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는 짧지 않은 고역의 퀘브라 코스타스 계단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계단 양 옆 건물에 들어선 다양한 가게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객을 기다리는 건 지루하다. 오른쪽 Fado라고 써있는 곳은 '18시 매진'이라는 문구로 보아 Cafe Santa Cruz와는 달리 파두 전문 공연장인가 보다.


마치 차 너비에 맞춰 건물을 세운 듯 절묘한 간격이다.


숙소 골목에 있는 이 과일가게.. 여러 과일이 있지만 표주박 형태로 생긴 배가 딱딱하지 않고 씹기에 딱 좋은 경도에 당도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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