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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느낀 한가로움, 벨몽테

by 강하 Sep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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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수립시 자료 검색에 의하면 벨몽테는 특별한 게 없다. 그럼에도 벨몽테에서 숙박을 계획한 이유는 몬산투에서 코임브라까지 직접 가려면 근 280km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북유럽 자동차 여행 때 숱하게 해본 여정이지만 이제 그리 무리하고 싶지 않다. 이틀에 걸쳐 중간중간 작은 마을 구경도 하며 쉬엄 쉬엄 가자.

일요일 임에도 고속도로건 지방도로건 차가 없다. 중간중간 거치는 마을에도 인적이 드물다. 완전 황제 운전이다. 여기 사람들은 휴일에 대체 뭘 하나.. 집에서 뒹굴며 TV만 보다 나..


벨몽테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한적한 마을 마실에 나섰다.

벨몽테의 메인 도로 임에도 인적이 없다. 수르텔랴에서 벨몽테는 20km 정도의 지근 거리 임에도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수르텔랴가 고대 도시 느낌이라면, 벨몽테는 모던한 근대 도시 느낌이다.

엇~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현대 엘란트라를 여기서 보다니..


웬만한 城은 城 같지가 않으니... 눈이 굉장히 높아졌다.

오른쪽의 城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색조와 디자인의 구축물은 뭐지?

안은 관리가 되고 있는 듯하다. 출입금지 구역도 있고 바닥도 포장이 잘 되어 있다.

근데, 어랏~~~  브라질 국기가 왜 저기서 나부끼나..

'벨몽테 브라질' 검색어로 구글 검색을 하니, 벨몽테 출신 탐험가 카브랄이 항해 중 도착한 브라질이 섬인 줄 알고 나무 십자가를 꽂은 후 포르투갈 영토로 선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마 고향 사람의 브라질 탐험을 기리기 위함이 아닐까 유추된다. 당시만 해도 아무나 맨땅에 깃발이나 십자가 꽂고 "우리 땅~" 하면 된다는 발상 참 뜬금없다.


전면에 보이는 문구를 포르투갈어 번역기에 대입하면 이렇게 나온다.

"브라질 복음화 500년 크리스천이 되고 선교사가 되다. 소페스도 은시나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No Brasil' 이라길래 브라질과 뭔가 관계를 끊었다는 의미인가 싶었는데 정반대 의미다. 그럼 밑에는 선교사의 이름인가.

국내 일반 성당 제단과 비교하면 화려해 보이지만

유럽 성당으로서는 담백하다.


유럽 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좌변기. 볼 때마다 납득이 안 된다. 처음 봤을 땐 누가 받침대를 떼어 간 줄 알았다. 서구인의 힙 사이즈에 맞춘 건지 모르겠으니 보통 사이즈 힙은 어쩌라는 건지. 좌변기에 비하면 남성용 소변기는 참 소박하다.


벨몽테 숙소에서 wifi 패스워드를 물으니 이렇게 적어준다.

앞뒤 세 번째 글자를 모두 U로 입력하니 에러 메시지가 뜬다. U가 아닌가.. 다시 V로 입력한다. 또 다시 에러 메시지가 뜬다. 뭐냐... 리셉션에 내려가 물어본다. 앞 세 번째는 U, 뒤 세 번째는 V란다.

그렇게 놓고 읽어보니 파울로 에스테베스.. 뭔가 발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발음까지 신경써서 알아채야 하나.. 센스가 할 일이 점점 많아짐을 느끼며, 저 두 글자를 U와 V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간단하다.

오른쪽 두부같은 치즈, 특별한 맛이 없음에도 묘한 식감에 은근히 중독된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코임브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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