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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 대학의 3대 관광코스

Joanina Library, 대성당, 자연사박물관

by 강하


코임브라 대학의 일반 시설은 무료로 돌아볼 수 있지만, 대성당과 자연사박물관, 古書가 소장된 Joanina 도서관 등 관리를 요하는 몇몇 곳은 유료이며 패키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왼쪽의 Joanina Library로 알려진 Baroque Library.

포르투갈人이 주앙 5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 여긴다는 이곳은 금빛 찬란한 고서들의 숲이다. 도서관 입장은 사진에 보이는 정면이 아닌, 도서관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관람객 입구가 따로 있다.

고서가 워낙 많아 20분 간격으로 50명 씩 한정된 인원만 입장 가능하기에 영화 티켓과 같이 티켓에 입장 시간을 적어준다. 온라인으로도 예매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서 자기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너무 오래되어 보기에도 잘못 건드리면 으스러질 거 같은, 법학 신학 철학을 중심으로 한 라틴어 고서가 3만권 정도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중국 풍의 고서들이 많이 보이는 게 이채롭다. 古書 관리를 위한 최상의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해 벽의 두께가 2.2미터로 설계됐다는 것도 놀랍다. 2.2미터라..

구석 곳곳에 숨어있다 밤이면 나타나는 박쥐들 때문에 책과 테이블을 덮어둔다는 건 믿거나 말거나..


이곳의 아시아 지도가 내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아라비아 반도 - 인디아 - 말레이시아 까지 비행물체도 없던 시기에 이렇게 대륙 지형의 윤곽을 잡았다는 게 신기하다. 걷거나 배를 타고 다니면서 어떻게 이런 대륙의 윤곽이 나올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 사람들의 지혜와 공간능력에 탄복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옛 사람들은 초능력이 있었나..

그건 그렇고, 그럼 한반도는 어디? 짧지 않은 시간 한참을 찾았다. 오른쪽 상단에서 찾긴 찾았는데... 김샜다. 지도를 크롭하여 확대해 보면,

중앙 빨간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한반도로 추정된다. 중국이 CHINA로 표기된 시기라면 적어도 CHOSUN 정도는 표기됐어야 할 거 같은데 중국의 한 지역처럼 무명(無名)으로 표기된 게 다소 아쉽지만, 그보다 어이없는 거 하나. 한반도를 찾은 후 당연히 한반도의 오른쪽 Spilo라 적힌 가운데 세로 부분이 일본이라 생각했다. 혹시 Spilo가 일본을 의미하는가 싶어 아무리 검색해도 Spilo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뭐.. 일본도 표기가 안됐으니..' 그렇게 자위하려다 캄차카 반도 쯤으로 생각했던 오른쪽 상단으로 눈길이 간다. IAPAN은 어디를 뜻하지 거지? 설마 JAPAN의 오류? 위치나 면적 규모로 JAPAN이라 하기엔 너무 황당하지만 알파벳 철자로는 또 너무 유사하고.. 궁금한 건 못 넘어가는 성격이라 IAPAN으로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이런 문구가 검색된다. [安土桃山時代、京都に来た宣教師ルイス・フロイスの『フロイス日本史』(Historia de Iapan)].

일본어는 표기시 띄어쓰기가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 표기식으로 띄어 쓰면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교토에 왔던 선교사 루이스 후로이스의『후로이스 일본사』]라는 뜻인데 그 문헌의 원제에 Iapan이란 단어가 있다. 그리고 루이스 후로이스를 검색하면 "Luís Fróis 포르투갈의 로마 카톨릭 예수회 사제로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으며 저서로 [일본사]가 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맘에 안 들고 어이가 없지만 위 지도의 IAPAN은 일본이 맞다. 그렇다면 JAPAN은 왜 IAPAN이 됐을까. 단순한 표기 실수? 아니면 알파벳 J에 대한 포르투갈어 발음에서 오는 표기였는지.. 어쨌든, 아무리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해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더라도 일본을 저리 크게 묘사하다니..


요아니나 도서관의 촬영 허용 구간은 여기까지다. 가끔 이런 사람 한번 쯤 보게 되는데, 어떤 무지한 관람객이 슬쩍 사진을 찍다 직원에게 걸려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古書 보호를 위해 사진 플래쉬 촬영이 금지된 또 하나의 공간은 거의 황금으로 도배가 된 듯하다.

이럴 때 ISO 성능이 우수한 카메라가 빛을 발한다.

도서관에 웬 황금? 하며 의아해지는데, 도서관이 건립되던 18세기에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나 다름없던 브라질에서 황금이 대량으로 유입되던 시기였단다. 최영 장군 말씀대로 황금이 돌 같이 보이던...




코임브라 대학의 3대 관광코스라 제목을 달았지만, 외견상 평범해 보이는 대성당은 코임브라 대학과는 연관이 없다. 다만, 코임브라 대학 캠퍼스와 인접하여 코임브라 대학 투어 연계 프로그램으로 포함된다.

대성당의 카톨릭 역사 전시관.

나자레의 노사 세뇨라 성당에서 본 카톨릭 복제 변천사 전시관과 비슷하다. 그 외 대성당의 내부는 그동안 올린, 또 앞으로도 올려질 수 있는 다른 성당과 도안의 차이만 있을 뿐 화려함은 비슷하여 대성당 소개는 생략한다. (올리려면 너무 많다)




참으로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코임브라 대학 자연사박물관도 모든 것을 소개하자면 양이 엄청나기에 특징적인 것 몇 가지만 소개한다. (포르투갈 가이드북에 따라 '자연사박물관' 혹은 '과힉박물관'으로 표기하는데, 내가 둘러본 느낌으로 자연사박물관으로 표기한다)

온갖 동물들의 박제는 물론,

학습용으로 실물과 같은 곤충들의 눈 구조 모형까지 전시되어 있다.

타조가 내 키보다 크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자연사박물관이라 하여 고대 동물에 관한 전시품만 있는 게 아니다.

미경을 이용해 암석 편박도 보여주고,

각종 과학기기의 역사도 보여준다.


여긴 무기 전시실.


이것은 뭔가... 오른쪽 박스에서 나오는 빛을 가운데 있는 오목렌즈와 볼록렌즈, 그리고 프리즘의 굴절과 반사작용을 이용하여 왼쪽 박스로 도달하게 하는 일종의 학습용 놀이.

단순히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관람객이 참여하고 즐기면서 과학에 친숙하게 유도한다. 가이드북에 따라 과학박물관으로 표기하는 이유를 알겠다.


박물관 내의 강의실

의자와 등받이 외에 책이나 노트를 거치할 수 있는 plate가 없다. 노트 필기 등에 신경쓰지 말고 강의 청취에 충실하게 집중하라는 의도인지..

다른 강의실도 plate는 없는데, 여긴 그래도 딱딱한 의자가 불편한 사람을 고려하여 옆에 쿠션 방석을 준비해 놓았다.


코임브라 대학을 돌아보고 내려오니 어느덧 코임브라에 석양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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