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을 하지 않으면서 시작된 미니멀리스트의 삶
"의미 없는 반복"
한동안 나는 집중력 저하에 시달렸다. 글을 읽어도 내용들이 머릿속에 파편으로 흩어져 있어서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앞부분을 읽다가 금세 다른 읽을거리를 찾거나 글을 읽기 전 했던 일이 생각나서 다시 되돌아가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늘 새롭고 신선한 정보만을 찾아 헤매곤 했다.
"늘 바쁘게 보내지만 성취감이 없는 하루"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져 있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 것 같은데 하루가 끝나고 나면 전체적으로 뭔가 어수선하고 허탈감이 밀려왔다. 늘 바쁘게 보내는데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허탈한 하루가 계속될수록 성취감에 굶주려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매게 되고 무언가 꾸준하게 하는 일들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늘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쉽게 피로감을 느꼈다. 어쩌면 바쁘고 지친 느낌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느낌이 아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결정 장애?, 난독증?"
동시에 찾아온 증상 중 하나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증상의 원인이 궁금해졌을 때쯤 우연히 뉴스에서 이 증상이 '결정 장애'라고 불리는 것으로 선택사항이 너무 많아짐으로써 비롯된 현대병이라고 일러주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때는 글을 읽어도 계속해서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곤 하면서 이것이 난독증 증상인지 검색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초기 증상들에 대해 솔직하고 냉철하지 못했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이유를 날마다 새로운 것으로부터 해결하려고만 했다. 그러다 '완전히 멈추기'를 시도하면서 우연히 얻은 효과였다.
"시작하기에 앞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활동들까지도 함께 멈추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에게 진정으로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냉철한 잣대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야 나중에 이렇게 완전히 멈춘 후에 쌓아 올린 나의 생활 패턴들이 다시 무너진다 해도 긍정적인 활동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첫걸음은 Not to do list부터"
하지 말아야 할 목록을 늘 보이는 곳에 두어 마주칠 때마다 상기시키는 것은 굉장한 힘이 있었다. 단순히 '아! 이거 하지 말아야겠다, 기억해둬야지'하는 것과는 결과가 달랐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하느냐, 안 하느냐 그리고 꾸준히 그만두었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사소하기 때문에 지나치는 것들"
처음에는 사소해 보였던 활동들을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구분해 내지 못했다. 지난 글(백수가 되면 가장 먼저 그만두어야 할 일, 백수가 되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아주 사소한 활동에도 냉철한 시선으로 모든 활동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너무 사소했기 때문에 지나쳐 버렸던 활동들이 지금의 하지 말아야 할 목록에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평온함"
완전히 멈추었을 때 얻는 평온함을 아직 글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 아무것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평온한 것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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