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2 - 누군가가 나와 함께 울어준다는 건….
늦은 밤. 성체조배실.
나는 마리를 몰래 따돌렸다.
엄마와 떨어져 큰집에서 자라면서 나에게 기도실은 맘 편히 수다를 떨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눈치 보지 않고 맘대로 할 수 있었던 공간
그래서일까... 나는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가는 길에,
친구를 기다리다 혼자가 되면 늘 기도실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고 울고 웃곤 했었다.
마리와의 전쟁이 침묵으로 잠잠해지고 나서 깊어진 외로움
어쩌면 그 외로움이 이 밤에 나를 다시 여기에 앉아있게 했나 보다.
알고 있다. 나는 다시는 신을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장담하고 돌아섰던 것을.
지금의 내 모습을 마리가 본다면 배신이라 말하겠지만...
장담컨대 그저 이건 오랜 습관이다. 그것뿐이다.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신을 버렸다는 죄책감? 아니다. 복수? 후회하지 않는다.
당신은 나에게 더 이상 경외의 대상이 아니다.
변명이라도 해보길.
대체 왜 그랬느냐고. 왜 내 아기를 죽였냐고. 9개월에...
젖도 한번 못 물려보고 왜 빼앗아간 거냐고.
물론 알고 있다. 내 탓이다. 안일했던 내 탓이었다.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도...
당신도 내게 뭐라도 말해야 한다.
세상의 비극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걸.
내겐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고 픈 게 아니다.
그래도 신이라며!
당신은 왜 이런 잔인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냐고.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세상이 진동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세상에나... 신이 이렇게 형편없이 나약하게 울어버리다니...
생명의 흐름은 우주의 조화로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
벌을 주고 뺏어가는 게 아니라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고.
어떻게든 위로라도 되어주고 싶었지만
내 모습조차도 너에게 고통이 되는 것이 더 슬펐다고.
차라리 욕이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참 다행이라고...
버려져서라도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면 그랬다면 다행이라고...
사방에 울려 퍼지는 진동.
우리 사이에 어떤 용서도 화해도 그 무엇도 없었지만
그 끝없는 외로움의 빈 공간에 허약한 신의 통곡소리가 채워지던 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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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의 강인함보다 나약함이 더 무섭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처절하게 나약하면 욕도 무색해진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