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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목적론적 인간관, 드디어 우리가 역사를 창조하는 시간

by 마음자리

정신생활의 모든 현상들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이다.
이것은 개인심리학이 원칙으로 삼는 명제 중 하나이다.
정신생활은 개인의 소망이 실현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일반적 현상으로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고대 신화, 민담, 전설들은 언젠가 한 번은 존재했던,
아니면 언젠가 한 번은 실현될 이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민족들이 믿고 있는 과거의 낙원도 이 이상향에 속한다.
영혼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형상화될 수 있다는 믿음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모든 동화들도
인류가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음을 입증한다.

아들러의 [인간이해] 중에서

프로이트와 동시대에 살며 학회를 함께 했던 아들러가 프로이트와 결별하는 데에는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가 아마도 근본적인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결정론적 인간관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를 결정한다고 믿었지만 아들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을 더 중요한 특성으로 여겼다.

목적론적 인간. 비록 그 꿈이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허구적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 목표를 향해 생각과 감정,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12. 3 계엄의 충격으로 매일 밤을 뒤척이고 뉴스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날이 반년을 지나가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글이 이렇게 여러 편 쓰여지게 될 줄도 알지 못했다. 그저 불안해하는 나를 다잡기 위해 내가 상담에 적용하고 있는 아들러 개인심리학으로 오늘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다.

반년이 되는 동안 그 어느 하루도 평범한 날이 없었다. 분노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또다시 좌절하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우리의 일상 깊숙이, 계엄의 상처는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절망했고 기막히고 놀랐던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매번 기적을 만들어내고 희망을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냈다. 비록 내란범이 영화감상과 맛집투어를 하는 한심한 현실 속에서 듣도보도 못한 법공부를 하다 하다 이젠 룸살롱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이런 천박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매 순간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국민인가를 기여이는 증명해 내었다.


드디어 카운트다운. 이제 역사를 써 내려갈 순간이 오고 있다.


돌아보면 기적을 이뤄낸 위대한 영웅은 내 곁에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국회를 달려간 모든 이들, 목숨을 각오하고 계엄을 해제했던 국회의원들.

시민들이 다치지 않게 태업해 준 군인들

이 힘든 시기에 무너져가는 가계를 버티며 견뎌온 사람들.

광장에 가득했던 빛의 혁명, 눈발에 은빛으로 얼어붙었던 키세스군단들.

그들에게 쏟아졌던 돌봄의 손길이 된 선결제, 후원자들

수십 번의 서명운동, 댓글운동과 댓글조작을 추적했던 온라인 수사단들

파면을 선고해 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제보로 진실을 알렸던 사람들.

넘쳐나는 루머들 속에서 진실을 전했던 진보언론들과 유투버들, 탐사보도 기자들.


그리고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

광주 민주화 운동의 영령들, 세월호의 아이들, 이태원의 희생자들, 김대중, 노무현

그립고 또 그리운 아름다웠던 사람들


마치 성서에서 출애굽의 백성들이 홍해바다를 건너갈 때 신이 불기둥을 세워주셨다는 기록처럼 우리가 이 내란을 건너가는 매 순간에 다시는 누군가를 잃지 않겠다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용기와 지혜를 주었다.

역사의 선한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억하는 그 힘이 우리에게 정신적인 불기둥이 되어주었다.


천명이 될 우리의 목소리


이번 대선의 결과는 바위처럼 단단한 판석에 새겨질 국민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종전 중인 이 나라에서 매번 기회만 된다 싶으면 반복되는 계엄, 독재, 전쟁의 악몽.

6월 3일. 이 대선투표의 결과는 이 끔찍한 망령을 몰아내는 하늘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천둥같이 엄중해서, 벼락처럼 분명해서, 광풍처럼 몰아쳐서 감히 사람이 자연의 순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그 누구도 다시는 국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독재자를 상상할 수 없게,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은 죽어도 삶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양심을 스펙으로 팔아버린 파시스트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이제 우리의 투표가 하늘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6월 3일. 한 장의 투표종이는 과거 영혼들을 기억하는 눈물이고 미래를 위한 정성이며 지금을 다시 시작하는 든든한 발판이다. 이 투표종이는 수많은 그리운 이들을 기억하는 힘으로 만들어낸 우리들의 심장이다.

한 장 한 장, 저마다의 눈물과 아픔, 희망과 사랑을 담은 이 작은 종이 한 장 한 장이 모여 우리의 새 땅이 새 하늘이 되어줄 것이다.


그 어느 한 장도 소홀히 버려지지 않도록.

끔찍했게 불안했던 매 순간 우리의 눈물과 지독히도 질겼던 정성이 하늘을 움직였듯이.

이제 다시 한번 하늘을 울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다.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누구도 다치지 않고, 어느 생명도 함부로 짓밟히지 않는 세상을 향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우리의 심장이 하늘에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해

정안수를 뜨고 가족들을 위해 새벽기도를 올리는 어머님의 눈물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우리의 촛불 같은 정성이 모여

급기야 새 땅, 새 하늘이 열어낼 기적.

그 기적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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