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모가 되어 행복하신가요?
당신은 부모가 되어 행복하신가요?
상담실에서 부모를 만나면 한번쯤은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물론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불안감과 초조함에 상담실의 문을 연 사람들이다.
아이가 말을 안 해서, 친구들과 싸워서, 산만하다고 선생님께 상담을 권유받아서
또는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아이를 걱정해서...
다양한 이유로 상담실을 찾은 부모들은 눈빛에 걱정과 염려와 호기심이 가득하다.
나는 때때로 그 눈빛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를 걱정스럽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가진 힘에 대해서...
부모는 한 사람의 초기 인생에 수많은 시간, 아이가 자신을 인식하는 거울이 되어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이는 태도는 아이로 하여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식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내가 손을 내밀면 따뜻하게 잡아주고 나의 물음을 귀하게 여기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구나를 인식하게 되고, 나의 손을 뿌리치거나 내 말을 흘려듣거나 나와 함께 있어 힘겨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경험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자각하게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모도 사람이다.
일상은 치열하고 생계는 빠듯하고 내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답답함이 쌓이고...
집안일이며 직장 일이며 치우고 해내도 돌아보면 똑같이 쌓여있는 일들 속에서 아이의 대책 없는 요구는 때대로 부모에게 힘겨운 일이 될 때가 있다. 그러니 매번 아이가 손을 내밀 때 소중하게 듣고 귀하게 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한 편으론 아이를 과장된 방식으로 너무나 귀하게 키운 나머지 버릇없이 자기중심적인 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상담실에선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로서 아이를 바라보는 근원적인 시선.
더 나아가서는 부모가 가진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
곁에 있는 중요한 사람이 아이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 발달과 사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호자의 의무는 아이를 최대한 빨리 한 사람의 인간 동료로, 말하자면 자신의 능력이 주어진 과제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기꺼이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또 힘이 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그런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서 스스로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구성원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들러의 사회적 관심 중에서
아들러가 자녀에게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인간 동료로서의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 주장에 대해 많은 부모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철이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우리 아이의 실상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가 평생을 아동교육을 하며 센터를 운영하며 수많은 임상자료를 수집하며 연구한 실천적 학자이자 그가 살았던 시대가 히틀러의 파시즘이 종용하는 비극의 시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다.
아이가 앞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저렇게 엉뚱한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수없이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기어이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러야 마지못해 따르는 아이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만나는 아이들은 부모들에 대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시대가 변했는데 언제쩍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실제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일어난 이야기들을 설명하며 왜 내 이야기는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건지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어떤 면에선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변한 언텍트의 시대에서 AI가 알려주는 수많은 정보들은 듣고 있는 나도 처음듣는 이야기들이 많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때면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 진심이다.
나는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상담현장에서 부모들의 말보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림을 더 신뢰한다.
부모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15년의 경험 속에서 아이들이 더없이 정확하게 자신의 처지를 그림으로 놀잇감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어린 영혼이 지닌 상황을 꿰뚫은 지혜에 놀랄 때가 많기에 그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잘 몰라요. 우리가 이혼한 줄... '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안 싸워요.'라고 부모들은 믿고 있겠지만 단언컨대 당신의 아이는 그렇게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강아지도 고양이도 느끼는 분위기를 아이가 모를리는 없다는 말이다.
매 순간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발휘하는 지혜는 기가 막히다. 상황이 불리해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아이들은 놀랍도록 창조적인 방법으로 부모의 관심을 끄는 비법을 알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엄마에게는 위험한 장난으로, 예의를 중시하는 부모 앞에서는 때대로 무심한척 무례한 방식으로... 절대 내게서 관심을 뗄 수 없도록, 그것이 비록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라 하더라도 돌봄을 이끌어내는 다양하고 천재적인 비법을 발휘하곤 한다.
하여 당신의 아이는 결코 어리석지도, 불쌍한 존재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가 나를 돌보게 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부모가 살아온 삶의 전반을 다시 되돌아보게 할 수 있을 만큼 절망과 수치심에 빠져들더라도 나라는 존재를 잊지 않고 챙기도록 하는 비법을 할고 있는 고수 중에 고수다. 그러니 자녀의 능력을 함부로 불쌍하게 보며 사사껀껀 바람 속의 촛불을 지키듯 부모가 세세하게 지적하고 지시하고 돌보고 챙기지 않아도 이미 존재 안에 엄청난 지혜를 씨앗으로 담고 있다고 나는 정말 자신할 수 있다.
다시 처음 질문. 당신은 부모로서 행복하신가요?
자녀가 1등을 해서, 당신의 말을 듣는 착한 아이라서 행복한가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자녀는 당신의 기대와는 다른 지혜를 발휘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좌절하고 절망하는 오랜 시기를 건너가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살아오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고난과 고민을 거듭하면서 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결국엔 자신을 믿고 일어서리라는 신뢰를 가지고 응원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행복을 깨달으시길 바라는 질문이다.
그 어려울 것같은 행복을 아이들은 일상에서 표현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의 응원봉을 들고 그들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내고 이겨냈는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우리는 믿고 있다고. 그들이 더 아름다운 음악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을 행복해 할꺼라고. 그것으로 이미 나는 행복하다고.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믿고 기다리고 그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리라 그의 지혜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것.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다듬어 가고 있는 그를 지지하며 그에게 걸맞은 현명한 부모가 되도록. 우리의 스스로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동반자로서의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단언하건대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삶을 사랑하고 세상에 열린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 곁에 있어주는 것.
함께 기대어 사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지금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