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13] 20200218
그런 불안감과 함께 이번에도 또 시험 날짜가 겹친 (30일) 서강대와 성균관대 2차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대 면접을 볼 때 영어를 쓰지 않을까 하고 약간 긴장을 했었는데 (준비는 안 하고 긴장만 했다는 게 함정) 막상 영어교육과 면접이었던 것 치곤 한국어로만 진행되어서 약간 김이 샌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와 12학번 동기였던 형이 나보다 먼저 서강대에 지원했었고 1차 합격 후 면접을 본 경험이 있었다. (최종적으론 떨어져서 다른 학교에 가긴 했지만…!) 나를 위한 여러 가지 귀한 조언을 해줬었는데 ‘영어로 면접을 볼 것’이라는 매우 결정적인 정보를 알려줬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느 정도 예상 질문도 스스로 만들어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한국어와 영어로도 같이 준비를 해보았다. 특히 서강대의 경우 특이하게 다른 학교와 달리 면접의 비율이 매우 높았고 자기소개서를 따로 받지 않았다. 즉, 10분이라는 면접 시간 안에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다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1차 시험 때는 성균관대가 먼저였고 서강대가 나중이었는데, 2차 시험 때는 순서가 반대로였다. 사실 좀만 순서가 꼬였어도 성균관대 시험은 시간이 겹쳐서 못 볼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서강대도 수험번호가 1번이었던 덕분에 9시에 바로 면접을 보고 바로 성균관대로 가면 시간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촌역으로 향해 출발했다. 사실 원래 다니던 홍대입구역에서 한 정거장 다음 역이라 너무나도 익숙한 루트여서 그런지 다른 학교에 갈 때만큼 크게 긴장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9시 딱 맞춰서 교수 연구실에 마련된 면접 고사장으로 들어갔더니 교수님 두 분이 앉아계셨다. 남자 교수님께서 지원 동기를 다행히 ‘한국어’로 물어봐 주셔서 자신 있게 준비한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한, 두 개 질문이 더 나왔던 것 같고 옆에 계시던 여자 교수님께서 “서강대학교 영문과 수업은 80% 이상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영어로 면접을 진행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 자리에서 어느 누가 “안 돼요!”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행히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상하였기 때문에 ‘올 게 왔구나’ 이런 마음으로 답변을 해나갔다.
생각보다 집요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셔서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독편사에 후기로 있습니다 ㅋㅋ) 면접을 마무리를 향해서 갔고 교수님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사실 전혀 준비하지도 않고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당황해서 오히려 너무 솔직히 대답했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니깐 교수님 두 분이 빵 터지셨고(?) 면접 시간 10분도 딱 맞췄다면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면접이 끝났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면접을 봤던 J관에서 나와 정문으로 가면서 속으로 ‘솔직히 여기는 붙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어쨌든 기분 좋은 마음으로 혜화역으로 갔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커피도 한잔 마시고 여기만 끝나면 일단 입시도 끝이라는 마음으로 긴장도 사실 많이 풀어진 상태였다. 면접 고사도 사실 좀 김이 빠졌던 게 자기소개서에 나온 얘기를 그대로 물어봐서 딱히 새로운 얘기를 한 게 없었다. 이럴 거면 굳이 불러다 놓고 왜 면접을 보나 했다. (사실 면접 비중이 10%밖에 안 되긴 했다.)
4호선에서 1호선 갈아타는 거리도 멀고 집 가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려서 “여기는 붙어도 별로 오고 싶지 않다.”라는 배부른 생각도 들었다 ㅋㅋ 어찌 됐든 저찌 됐든 2018년 1월 30일 모든 시험을 마치고 2차 시험을 본 네 학교가 최종발표를 하는 2월 6일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