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14] 20200221
어찌 됐든 저찌 됐든 2018년 1월 30일 모든 시험을 마치고 2차 시험을 본 네 학교가 최종발표를 하는 2월 6일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시험을 마치고 나서 매일 아침 6시 즈음만 되면 칼같이 깨는 좀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아무리 잠을 늦게 자더라도 6시에는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리고 나서 바로 컴퓨터를 키고 4개 학교 입학처를 들어가서 합격자 발표가 나왔는지 확인을 했다. 발표가 안 된걸 알고 난 다음에는 다시 독편사 카페에 들어가서 혹시 조기발표 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고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요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 전에 존재하던 ‘야매로 합격 확인하기’ 등의 방법을 찾아가며 각 학교 기숙사 신청을 해보기도 하고 등록금 조회를 해보기도 하는 등 별의별 방법을 해봤지만, 아무런 성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덧 2월 5일 월요일 저녁때가 되었다. 때마침 과외를 하는 학생이 집에 와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습관처럼 독편사 카페에 잠시 들어갔는데 성균관대가 합격자 발표를 미리 했다는 글을 확인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1차 발표 때처럼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라는 문자가 와있어야 했을 텐데 아무 문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학생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재빠르게 학교 입학처에 들어갔는데 실제로 합격자 발표 공지가 떠 있었다. 수험번호와 이름 등을 입력했는데 역시나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안내가 떴다. 2차 면접 마치고 “이 학교는 붙어도 안 와야지”라고 했던 나의 교만한 모습이 떠오르며 “이러다 다른 학교도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수업은 어찌어찌하여 마무리했지만, 불합격의 후유증은 지속했다. 만약에 나머지도 올 킬 당하면 너무나도 충격과 후유증이 클 것 같아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결국, 다음날도 칼같이 6시에 일어나서 루틴 마냥 각 학교 입학처와 독편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날 온종일 초조해 보이던 아들이 불쌍해 보였는지 엄마가 점심으로 내가 좋아하던 보쌈을 시켜줬는데 내가 뭘 먹는 것인지 잘 모를 정도로 입맛이 없었다. 그리고 오후 2시쯤 한양대 입학처에서 합격자 발표가 떴다. 나름대로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학교라 여기는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정보를 입력했다. 그리고 결과는 불합격. 성균관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충격을 받았다.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그 위의 두 학교는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3시경에는 고려대학교 발표가 떴고 이 역시 불합격이라는 안내가 떴다. 사실 여기는 3 대 1의 경쟁률이라 2차 시험 중 가장 경쟁률이 낮았는데 여기서도 결국엔 떨어진 것이다. 독편사에 올라오는 글을 보니 성대도 그렇고 한양대도 그렇고 예비 번호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예비 번호를 못 받은 거로 보아 아예 추가 합격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시험에서 한 곳을 빼고 쫙 붙어서 기분 좋았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 달 동안 무언가 꿈을 꿨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허탈한 마음으로 엄마한테 오늘 발표된 두 곳도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슬프다는 생각도 안 들 정도로 그냥 암울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오후 5시인 서강대 발표를 기다리던 중 오후 4시경 독편사 카페에 ‘서강대 떴어요!’라는 글을 발견하였다. 반쯤은 영혼이 탈출한 상태로 입학처에 들어가서 입력해야 할 정보를 입력했다.
“오랜 노력과 인내로 맺은 아름다운 결실을 축하합니다. 누구보다 나은 사람이 아닌 ‘누구와도 다른’ 단 하나의 특별한 인재로 성장해 나갈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제 아마 한 편 남았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