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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입 도전기 8

[주저리주저리 15] 20200223

오랜 노력과 인내로 맺은 아름다운 결실을 축하합니다. 누구보다 나은 사람이 아닌 ‘누구와도 다른’ 단 하나의 특별한 인재로 성장해 나갈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꿈만 같았다. 내가 최초 합이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봤는데도 똑같이 합격 문구가 뜨길래 그제야 방을 나가서 엄마에게 서강대 붙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아빠한테도 바로 전화해서 아빠가 거의 1분 만에 올라왔다. (집이 교회 옆에 붙어 있어서 ㅎㅎ) 부모님이 내 방에 와서 합격한 화면 보고 고생했다면서 두 분 다 울어서 나도 왠지 안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같이 울었다. 엄마 말로는 고려대까지 떨어졌다고 했을 때 내가 너무 속상해할까 봐 안쓰러워서 걱정했는데 마지막에 결국엔 붙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하셨다.


여하튼 이게 현실인지 반쯤은 의심하면서도 합격통지서도 뽑고 등록금 고지서와 합격자 안내사항도 뽑아서 찬찬히 읽다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당장 중요한 것은 드디어 오래 기다리던 자퇴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대략 5분의 교수님이 계시는 영어 교육과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수업을 듣지 않아본 학과장님의 사인을 받아야 해서 전화를 드렸다. 간략한 자기소개 후 바로 용건(자퇴)을 얘기하니 내일 찾아오라고 하셨다.


수요일 아침 일찍 왠지 모르게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서 자퇴에 필요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드래곤볼을 모으는 마냥 받아야 할 서명이 4개가 있었다. 등록금을 내고 휴학했었던 것을 돌려받기 위해 서명 하나를 하고 도서관에 가서도 서명을 한 뒤 짧게 학과장님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거기 가도 별거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셨지만, 개의치 않고 서명을 재빠르게 받은 뒤 사범대 사무실에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자퇴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그 후로는 크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큰일은 없었던 것 같다. 편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오고, 학교요람과 수강 후기 등을 찾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시간표를 짰었고, 사범대를 자퇴하면서 잃게 되는(?) 교사 자격증을 어떻게 하면 메꿀 수 있을지 고민해 봤던 것 같다. 어찌 됐든 저찌 됐든 그렇게 3학년 1학기부터는 서강대를 다니기 시작했고 지난 2020년 02월 18일 코로나바이러스로 식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다소 길었던 학부 생활을 8년 만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인이든 온라인 수기를 보고 물어보는 모르는 사람이든 편입을 도전해볼지 말지 물어본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항상 같은 답을 해줬다. 내 경험상 편입이던 어학병이던 모든 선택은 ‘해서 후회하는 것’보단 ‘안 해서 후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내가 다니던 학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는 이 학교 타이틀로 졸업하면 평생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결국엔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한 편입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너무나도 좋은 일이 많았다. 앞으로 최소 2년을 더 서강대에서 다른 신분으로 지내게 됐는데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러한 모든 선택과 결과는 모두 내가 잘나서, 될 만한 놈이라 이뤄낸 것이 아니라 다 하나님 은혜로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 가운데도 항상 함께하실 줄로 믿고 더 순종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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