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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Jul 17. 2024

여는 글

  시작부터 곧바로 말하자면,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우리나라 가톨릭(천주교회)의 성지 여행안내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 이상씩 우리나라 곳곳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매주 꾸준히 다닌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시간을 모아 되도록 밖으로 나가려 한다. 집 밖으로, 서울 밖으로 나가다 보면 나의 여행은 늘 토, 일 주말을 끼고 다니기 일쑤이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일요일 미사를 위해 여행지 근처 성당을 찾았다.


  어디를 가든, 국내/국외 상관없이 성당이 있으면 주일 미사를 드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행을 가는 지역의 성당, 성지를 여행 코스처럼 찾아다니게 되었다. ‘기왕 간 김에’라는 마음으로 자주 찾기 어려운 성당 성지를 여행의 일부로 포함한 것이다. 서울내기라 서울 밖으로 자주 나가지 못하여, 한 번 나갔을 때 관심 있는 곳을 다 둘러보자는 심신이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하나둘 보이는 것이 늘어나고 아는 곳이 생겼다. 그렇게 이 글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절두산 성지에 갔다가 겁에 질린 적이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인 나로서는 순교의 역사가 너무 끔찍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성지는 끔찍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기억이 강렬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친구인 신자들과 마재 성지를 다녀오고 생각이 바뀌었다. 얕은 지붕의 작은 집과 같은 성지, 다섯 분의 성인이 탄생한 성가정이 시작된 곳이었다.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좋아 그곳을 왕왕 찾았다. 우리나라에는 순교와 피의 역사로 물든 성지만 있는 줄 알았던 내게 마재 성지는 고향집 같은 따뜻함이 서린 성지로, 성지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여행을 다니는 내가, 주일미다 미사를 드려야 하니 찾기 시작한 우리나라 곳곳의 성당과 성지들. 찾아다니다 보니 만나고 느끼는 것이 확장되었다. 서울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나는 여전히 내 경험에만 비추어 제한적인 신앙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서울 밖으로 나가 다양한 성지를 만나는 것은 내 세상과 신앙을 더욱 확장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만난 신앙, 새로 만난 한국 천주교회사. 얕은 지식이지만 우리나라 곳곳의 성당과 성지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      


  책은 크게 세 개의 목차로 나뉜다. 첫 번째 ‘따라가자’ 편은 우리나라 성지 소개이다. ‘따라가자’ 목차 안에는 작은 꼭지로 순교성지, 교우촌 성지 그리고 지난 2014년 교황님 방문지로 엮었다. 두 번째 ‘찾아가자’ 편은 각양각색의 성당 소개이다. 각 교구의 주교좌성당 소개부터 시작하여 스테인드글리스로 유명한 성당, 현대적 양식과 멋진 미술품을 가진 성당을 소개한다. 세 번째 ‘걸어가자’ 편은 우리나라 순례길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한국 성인들의 길을 따라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서울 순례길부터, 제주의 순례길 그리고 당진의 순례길을 모았다.      


  여행을 다니며 알음알음 알게 된 곳들을 테마별로 묶어보고 싶었다. 나 혼자 읽는 여행이 아닌 함께 읽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머무르는 곳마다 느꼈던 삶과 신앙을 기록하고, 이것을 함께 읽어줄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테마와 주관적인 취향의 모음이지만, 이것이 누군가의 취항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어 신앙이 피어나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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