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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Oct 15. 2024

혼자 일어나는 아침이 어색했다3

24년 9월 18일 팜플로냐 연박



  그리고 팜플로냐 대성당으로 갔다. 루르드 이후로 제대로 성당 구경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여서 그런지 이런 도시의 대성당은 압도되는 느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명동대성당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아마 한국에서 비슷한 느낌을 찾는다면 오래된 절에 가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여행객이 되어 성당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리고 나와서는 이곳저곳 발길 닿는대로 걸어다녔다. 이곳에서는 투우 경기?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해서 소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이렇게 표시도 붙어 있었다. 그리고 광장에는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카페가 있었다. 안 가볼 수 없지. 카페 야외 자리에 앉아 타파스 하나와 탄산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갑자기 누가 내 허벅지를 툭 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 아무도 없었다. 뭐지??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바지에는 하얀......비둘기 똥이 있었다. 야외 자리에는 넓게 쳐둔 파라솔 아래로 비둘기가 모여들어 있었다. 순례길에서 비둘기 똥 맞은 사람?? 나아~~

  쉬었으니 또 다녀야지. 나는 꽤나 많이 돌아다닌다. 근처에 있는 다른 성당을 하나 더 둘러보고 다시 광장으로 왔다.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내일 다시 걷기 위해 숙소에 들어가 쉬어야 하는데, 해가지지 않아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광장 벤치에 앉아 한참 있었다. 광장에는 중고서점이 즐비하게 열렸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다시 벤치에 앉았다. 사람들이 오가고 적당히 소란한 저녁 소음과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 아직도 지지 않는 해. 순간을 잡아둘 수 있다면 그 순간을 잠시 멈춰두고 싶었다. 하늘은 아주 느리게 어두워졌고 가로등은 하나둘 빛을 내었다. 짙어지는 하늘에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숙소로 돌렸다. 한 걸음에 한 번씩 돌아보다가, 북적이는 골목에 들어서서야 저벅저벅 숙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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