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30_카스트로헤리스-프로미스타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아침에야 알았다. 전날 잠깐 쉬자고 침대에 누운 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곯아 떨어졌으니. 그럼에도 신기하게 일어나야 할 시간에 눈이 떠졌다. 알베르게에는 주로 나이가 있는 서양권 사람들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내가 눈 뜬 시간에 같이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 일찍 나갔거나 아직 이르거나. 다른 분들 깨지 않게 조심조심 챙겨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동키로 보낼 짐을 다 정리하고 등산화를 신으러 신발장이 있는 작은 뒷마당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중년의 아저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달이 밝았고 달빛으로 충분한 작은 뜰이었다. 나는 통화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조용 신발을 신었다.
통화를 마쳤는지 아저씨는 나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내 이름은 서양인들이 발음하기 좋은 이름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세례명인 ‘로사’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걷다보니 나도 그들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때가 종종 있어서, 쌤쌤이다는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이 발음하기 좀 어려워라고 서두를 꺼내며 알려줬다. 몇 번 교정을 거쳐 아저씨는 내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예쁜 이름이라고 말해주었다. 달빛 때문이었을까, 그 말이 너무 따뜻했다. 괜찮아, 그런 건 문제되지 않아 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잘 걸으라고 인사해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 옆 침대 아저씨였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배낭에 챙겨두려 방에 들어가니 아저씨는 작은 후레쉬를 내 침대를 향해 켜 두었다. 본인은 등지고 돌아눕고는. 나는 이런 배려, 이런 챙김에 약하다. 나서서 말하지 않지만 필요한 부분을 자그맣게 챙겨주는 마음. 그 앞에서 하마터면 울뻔한 마음을 부여잡고 조용히 배낭을 정리해두고 나왔다. 내가 방에서 나가는 기척을 느끼고 후레쉬가 꺼지는 것이 문틈으로 보였다. 독일인 아저씨였는데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아직도 예쁜 아름이라고 말해준 그 날의 풍경은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