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아침에야 알았다2

23.09.30_카스트로헤리스-프로미스타

by 혜리영

그날은 추석이었다. 추석이라고 뭐가 다를까 했는데, 뭐가 달랐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산길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유독 사람이 많아서 무섭지는 않았다. 그리고 헤드라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무척 달빛이 밝았다. 아침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불빛이 길을 알아보는데 더 방해가 될 정도였다. 나는 서울내기라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모른다. 가끔 엄마가 보름이면 밤에도 환하다는 말을 하면 달이 밝아봐야 얼마나 밝겠어 했는데. 정말 밝았다. 달빛이 정말 밝아서 놀라웠다. 그리고 또 먼 곳에서 추석이구나, 보름달이구나, 달은 어디서나 똑같구나 하며 걸었다. 작은 오르막에 다 오르고 나서야 해가 떴다. 해가 다 떴는데도 아직 지지 않은 달은 멀리서 마치 별처럼 밝았다.


언덕에 올라 잠시 쉬었다. 멀리 들판과 길이 보였고 하늘이 안개와 아침 볕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동그란 달이 밝게 빛났다. 나에게 사진을 부탁한 순례자가 자신도 찍어주겠다며 내 폰을 받아갔다. 그때 내 심정은 굳이 안 찍어도 되는데, 했지만 그녀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순례길에서 내 마음에 드는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로 남았다. 정말 힘들고 지쳤었다. 그때부터는 거의 선크림도 안 바르고 다녔던 것 같다. 옷은 땀에 젖었고 손질되지 않은 머리카락과 그동안 햇볕에 탄 피부. 그럼에도 나는 맑게 웃고 있다. 예쁘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진데, 나는 매번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너무 마음에 들고 흡족했다. 몇 년 전 태국 꼬따오에서 한 달 살이 할 때도 그랬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만드느라 샵에서 급하게 찍은 증명사진 속 맨얼굴이 좋았다. 꼬따오에서도, 순례길에서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살던 시간이었다. 그때도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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