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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홀로서기를 방해하는 엄마

1월 18일 주제 - 독립

by 생각샘

나는 안전예민증 환자다. 정말 환자라고 할 정도로 안전 문제에 유난을 떤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불안도가 높아서 그렇다. 이런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아이가 무엇이든 자꾸 도전하고 실패하고 아파도 보고 그걸 또 이겨내야 하는데 조마조마해서 그걸 여유 있게 지켜보지 못한다. 아이도 타고난 건지 엄마가 이래서 그런지 조금만 낯설어 보여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런 모습이 또 불안하다. 엄마의 이런 모습이 아이를 홀로 서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또래보다 참 느렸다. 서기, 걷기, 뛰기, 미끄럼틀 타기, 씽씽카 타기, 자전거 타기 등. 몸을 써서 해야 하는 건 다 느렸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하는 건 더 느렸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그렇다. 생활습관이 너무 엉망이다. 가끔 깜짝 놀라며 후회하고, 앞으로 더 큰 걱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또 불안하다. 이제라도 아이를 홀로 설 수 있는 아이로 키워보겠다며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시키고 있다. 쌀 씻어 밥 하기, 라면 끓여보기, 밥 먹고 나면 상은 스스로 치우기, 자기 방은 자기가 치우기. 아이 입장에서 안 그래도 숙제도 많아져서 힘든 청소년기에 시키지도 않던 일들을 시키니 달라진 엄마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엄마가 달라졌어>. 새로 나온 지 보름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동생이 생긴 서현이가 겪는 일상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내 아이도 동생이 있다면 좀 더 성숙했을까? 내가 아이 둘을 키우느라 너무 힘들어서 덜 유난을 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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