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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찍어주는 사진관이 있다면 가시겠어요?

1월 19일 주제 - 사진

by 생각샘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카톡에 올라오는 글쓰기 주제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제를 확인하고 두서없이 떠오르는 이미지, 책, 나의 경험들을 머릿속에 구름처럼 둥둥 띄워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화장실에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일상을 살며 이것들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시키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까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다.


오늘 아침에도 비몽사몽 눈을 떠서 카톡을 확인했다. 시간? 음.. 좋아 정말 재미있는 주제지. 일단 매들런 렝글의 <시간의 주름>을 소개해야지. 수업시간에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을 같이 연결해서 써볼까? 시간에 대해서는 쓸 말이 너무 많지!! 그러면서 혼자 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망할! 심각한 노안 때문에 주제를 잘못 본 거였다. 주제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어떻게 시간으로 볼 수가 있지? ㅠㅠ

아무튼 머릿속에 다른 구름을 띄워야 했다. 사진에 대한 구름.

나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찍히는 건 더 싫어한다. 귀찮고 쓸데없다. 내 성격상 사진을 다시 찾아볼 일도 없다. 그래서 신혼여행 사진도 없다. 심지어 아이의 돌잔치 사진마저 단 한 장도 없다. 나중에 아이가 자기 돌잔치했냐고 물어도 증명할 사진 한 장이 없다. 둥둥 떠오를 구름이 없다.


노안 때문에 주소를 잘못 찾아온 시간 구름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시간. 사진. 시간. 사진. 두 단어가 머릿속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문득 한 여학생이 추천했던 책이 떠오른다. 무슨 시간을 찍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 같은데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고 후다닥 동네 도서관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마침 아이도 캠프를 가서 시간도 남는다. 종일 뒹굴거리며 책이나 읽어야지. 그렇게 빌려온 책이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따뜻한 추억,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알 수 없는 미래까지 담아주는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한 편 보는 기분으로 후루룩 읽어냈다.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십 대의 나라면 정말 재미있게 봤을 듯하다. 쉰을 앞둔 내가 보기엔 그저 그랬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하는 중이다. 아마 이런 사진관이 있어도 나는 절대 가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본문에 나온 문구 중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책 뒤에 나와있어 나도 한 장 ‘찰칵’ 찍어보았다.



아, 맞다!

나는 책 읽다가 좋은 글귀를 사진 찍는 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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