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주제 -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꿈이 두 개였어. “
”뭔데?“
”하나는 이뤘고, 다른 하나는 아직 못 이뤘어.”
“이룬 건 뭐고, 못 이룬 건 뭔데?”
“이룬 꿈은 엄마야.”
“응? 꿈이 엄마야?”
“응. 꿈이 엄마였어. 엄마가 되는 거였어.”
“엄마는 엄마니까 진짜로 꿈을 이뤘네.“
”응.“
”엄마, 엄마가 되니까 좋아?”
“너~무 좋아. 우리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음 엄마는 꿈을 이루지 못했겠지? 그래서 엄마는 우리 아들이 너무 고마워.“
”응.“
”아들, 사랑해~“
”응.”
나의 꿈은 엄마였다. 중학교 때 장래희망 칸에 현모양처라고 썼다가 여자선생님한테 비웃음을 샀다.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로 ’야! 21세기를 살아갈 미래 인재가 되라니까! 꿈이 현모양처가 뭐야! 현모양처가!‘라며 망신을 주셨다. 낳고 싶은 아이를 3명이라고 했더니 ’너 같은 애 때문에 인구가 줄지를 않는다‘며 꾸중을 하셨다. 하지만 난 3명도 줄이고 줄여서 말한 거였다. 능력만 된다면 나는 10명도 낳고 싶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고, 이야기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하루 종일 무슨 일을 겪었는지 종알종알 떠드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며, 힘들었던 마음을 토닥여주고 꼭 안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 엄마가 키운 열 명의 아이들이 정말 필요한 인재가 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왜 나의 꿈이 비웃음을 사야 하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말하던 21세기 미래가 현재가 되었다. 더 좋은 세상인지는 모르겠다.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내 벌이로는 120년은 일해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나는 아이를 더 낳고 싶었지만 정말 키울 능력이 안되어 낳지 못했다. 나 같은 청년들은 더 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 아이를 많이 낳으면 애국자라고 한다. 간절하게 애국자가 되고 싶었다. 애국자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세상이다. 이 와중에 남편이 진행하던 사업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 말은 벌이가 제로라는 뜻이다. 예전의 나라면 바짝 긴장하여 일거리를 찾으면서 동분서주 뛰어다녔을 거다. 나는 엄마고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너무 두려워서 공황장애가 와도 힘들다고 내색하는 것도 사치였다. 나는 엄마니까.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었다. 나는 엄마니까.
“그런데 엄마, 못 이룬 꿈은 뭐야?“
”작가.“
”작가? 글 쓰는 작가?“
”응. 엄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
”근데 왜 작가가 안 됐어?“
”너무 되고 싶은데, 너무 겁났어.“
”뭐가 겁이 나?“
나는 겁이 나서 꿈을 포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장난같아서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굶어 죽을까봐 겁이 났다. 작가라는 꿈을 꾸려면 굶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 같았다.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지 않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꿈을 포기했다. 마흔이 넘어서야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구나 싶다. 꿈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것. 그것도 두려워해야 할 일이었다. 뒤늦게.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너무 후회가 되어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생계 걱정에 밀려 꿈은 잊혀지고 있었다. 뛰어난 작가가 될 자질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했던 것이다. 나는 나를 믿지 않은 것이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그 걱정은 미뤄두고 안식년을 가질 생각이다. 그 안식년동안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던 두 번째 꿈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나는 엄마다. 그래서 아이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지만 아이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엄마니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고정순 작가의 <가드를 올리고>
산 위에는 정말 바람이 불까?
나는 엄마다.
가드를 올린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