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주제 - 아버지
몇 년 전 큰 사고가 나서 아빠가 자동차를 폐차했다. 병원에 입원해서 누워있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나 익숙한 손. 내 손이랑 똑같이 생겼었다. 내 손을 그대로 확대하면 아빠 손. 아빠 손을 그대로 축소하면 내 손이었다. 나는 우리 아빠랑 손이 똑같이 생겼다. 아빠는 그 커다랗고 익숙한 손으로 평생 막노동을 하셨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 무거운 책임을 평생 동안 고스란히 짊어지셨다.
내가 중학생 때 우리 아빠는 약국에서 빈병을 수거해 파는 고물상을 운영했다. 하루는 하굣길에 학교 바로 앞 약국에서 아빠가 빈 박스와 빈병을 수거하고 있는 걸 보았다. 쪼르르 친구랑 달려가 아빠에게 아는 척을 하고 아빠에게 친구를, 친구에게 아빠를 소개했다. 아빠는 무척 당황하셨다. 며칠 뒤 엄마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학교 앞에서 친구랑 있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친구한테 아빠가 창피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아빠가 우리 먹여 살리느라 그렇게 힘든 일 하는 건데 창피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 만약 아빠가 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당사자인 아빠가 제일 힘들겠지. 우리가 부끄럽다고 해서 아빠가 속상해서 도망가면 어떻게 해?“
엄마는 놀란 표정이었고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가여웠다. 배우지 못한 건 아빠의 잘못이 아니었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막노동이라도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한 것도 아빠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아빠가 불쌍했다. 거친 노동으로 굳은살이 두꺼워진 주름 진 아빠의 커다란 손이 불쌍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울컥한다.
<커다란 손>
설연휴에 아빠를 보러 가면 아빠의 두툼한 손을 꼭 잡아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