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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생일 선물

1월 27일 주제 - 생일

by 생각샘

나는 기념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결혼기념일은 물론 내 생일, 남편 생일. 심지어 양가 부모님 생신도 기억하지 않는다. 한번 기억하기 시작하면 계속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꿋꿋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가족들은 내가 원래 그런 애라고 생각하며 내가 기억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서운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내색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생일즈음이 되면 전화가 온다. 엄마가 전화를 해 신서방 생일을 꼭 챙겨주라고 하거나 다른 가족들의 생일은 남편이 핸드폰 알람의 힘을 빌어 챙긴다.


어릴 적엔 이러지 않았다.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선물을 사달라고 케이크를 꼭 해달라고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는 잊지 않고 꼭 챙겨주면서도 유난을 떤다고 타박을 했다. 그래서 가족들 중 내 생일에만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나만 선물을 받았다. 나보다 어린 동생의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불어 본 기억이 없다. 엄마가 유난 떤다고 구박하던 건 까맣게 잊고 역시 내 생일만 챙겨주는 걸 보면 엄마는 나만 이뻐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생일날의 설렘이 단 하루로 끝나버리는 게 너무 아쉬워 음력 생일부터 양력 생일까지 대략 2주간을 나의 생일기간으로 하고 그 기간엔 매일매일 선물을 달라고 했다가 엄마에게 등짝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런데 나보다 더한 놈이 있다. 오늘은 그놈을 소개해주려고 한다.

<벤자민의 생일은 365일>

나는 생일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벤자민은 그에 더해 선물 포장을 뜯는 설렘을 포기하지 못한다. 뭐 이해는 한다. 선물은 받을 때도 좋지만 그 선물이 뭘까 호기심을 가지고 포장지를 뜯을 때의 기대감은 얼마나 짜릿하단 말인가! 그 짜릿한 맛을 알아버린 벤자민이 실로 어마어마한 선물을 준비한다. 우연히 아들에게 읽어주었던 이 책은 이제 수업교재로 쓰고 있다. 아이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는 책이다.

지난주 수요일이 내 생일이었다. 아침 일찍 남편이 부스럭거리며 미역국을 끓여.. 아니 데워주었다. 비비고 미역국. 참 맛나게 잘 나온다. 남편이 선물도 줬다.

이거 먹고 맛있는 파티, 신나는 파티를 했다.

충분히 즐거운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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