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주제 - 하늘
지금 살고 있는 빌라에 이사 온 지 올해로 딱 10년째다. 우리 집은 옥상 바로 아래 꼭대기 층이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동쪽 창 밖으로 멀리 일자산이 보이고 그 위로 창문 가득 넘치도록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북쪽 창으로는 절반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동쪽 창 앞에 집을 허물더니 7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고 창밖이 까맣게 가려졌다. 북쪽 창밖에 있는 집들도 허물더니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더 멀리 역 가까이에 있는 건물들도 허물더니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섰다. 서울의 스카이 라인을 바꾸는 도시 정책을 운영한다더니 30층, 45층... 70층짜리 건물들을 세우겠다고 공사를 하느라 바쁘다. 창문을 열면 하늘을 찌르는 크레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찔하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올 때 창문마다 파란색을 가득 채우던 하늘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집이 그림책 속에 나오는 작은 집이 된 것 같다. 검고 빽빽한 도시에 갇힌 작은 집.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이 참 많다.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펄펄 날아다니다 보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 <작은 집 이야기>
더 이상 하늘을 볼 수 없게 된 작은 집의 저 사정이 지금 딱 우리 집의 사정이다. 갑갑하다.
세연이 쓰고 민키가 그린 <하늘 식당>
무지개 면발, 구름 밥, 햇살 소스, 번개 소스가 있는 하늘 식당의 메뉴를 소개한다. 달과 별로는 무슨 음식을 지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사노 요코 그림책의 <하늘을 나는 사자>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를 수 있다. 뭐 나는 그랬다.
소위 돈이 돈을 벌어다 주는 개발에 눈이 돌아간 놈들에게 진짜 하늘은 빼앗겼다. 하지만 상상의 나라에 펼쳐진 파랗고 빨갛고 노오란 하늘은 그림책 속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짜 하늘도, 상상 속의 하늘도, 볼 수 있을 때 실컷 봐두어야 한다. 돈 놓고 돈 먹는 인간들의 세상에선 조만간 진짜 하늘도, 상상의 하늘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