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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이웃

1월 28일 주제 - 이웃

by 생각샘

결혼하고 첫 살림은 수도권 외곽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단지가 크고 오래된 아파트답게 곳곳에 나무가 많은 한적한 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아 키웠다. 옆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때 백일떡을 들고 문을 두드렸더니 깜짝 놀라셨다. 어떻게 아기 울음소리 한 번을 못 들었는데 언제 아기가 태어나서 벌써 백일이냐고 놀라워하셨다. 아이가 세 살쯤 되었을 때 한동안 할아버지가 안보이셨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통 안보이시네요. “

”응, 갔어. “

”네? 어디 가셨어요? “

그랬더니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쿡쿡 찌르며 말씀하셨다.

”갔어. “

”아이고! 어쩌다가요! “

”나랑 장기 두다가.“

”네? “


며칠 전에 같이 점심을 드시고 재미 삼아 같이 장기를 두셨는데 할머니가 두고 이제 할아버지가 둘 차례인데 안 두고 고개 숙이고 조시길래 뭐 하냐고 빨리 두라고 하셨더니 푹 쓰러지시더란다. 그렇게 가셨다고 한다. 우리 집에선 탄생이 조용하고 옆집에선 삶의 마무리가 조용했다. 우린 참 조용한 이웃이었다. 이렇게 서로 조용한 이웃을 만나는 게 복인 세상이다. 층간소음에 벽간소음으로 얼굴을 붉히고 살인까지 나는 세상이다. 그곳에서도 서울로 이사를 와서도 천만다행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이웃을 만나 편안히 살고 있다.


이웃에 대한 책이 참 다양하다. 이웃 간의 배려와 예의가 필요한 세상이니 앞으로 더 다양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책은 두 권이다.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의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이지현의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다가 병이 난 할머니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옆 집에 이사 온 누군가를 의심하는 꼬꼬닭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나는 어떤 이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이제 우리 옆 집에는 막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부부가 사신다. 참 조용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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