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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진다면?

2월 1일 주제 - 보물

by 생각샘

나에게 보물이 있던가? 있을 리 없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대충’, ‘적당히’, ‘설렁설렁’, ‘여유롭게’였다. ‘열심히’, ‘악착같이’, ‘최선을 다해’, ‘이 악물고’ 무언가를 얻어보려 애써본 적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귀한 것을 준다 해도 관리하고 지켜내기 귀찮아서 필요 없다고 거절할 캐릭터다. 그러니 당연히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물건이 나 같은 인사에게 생길 리 만무하다.

굳이 물건이 아니라고 범위를 넓혀보자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음.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 보물에 사람도 포함된다면 나에게 보물은 나의 가족, 남편과 아들이다. 물건은 아니지만 귀하고 가치 있고 보배롭다. 결혼하기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어렵다는 현대 사회에서 나처럼 대충 살던 인물이 결혼을 해내고, 또 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기적 같다. 보물 같은 이 사람들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에게도 생겼다.

아이러니한 것은 보물 따위 귀찮아서 줘도 안 갖는다고 했을 나 같은 사람도 보물처럼 귀한 사람이 생기니 욕심이라는 놈이 슬금슬금 생긴다. 혼자 있을 땐 딱히 가고 싶은 곳도 갖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내 새끼는 좋은 곳에 데리고 가고 싶고, 좋은 걸 먹이고 싶고,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고, 좋은 물건도 사주고 싶다. 그런 걸 해줄 수 있는 값비싼 보물이 나한테 있었으면 좋겠다. 보물은 또 다른 보물을 탐내게 하는 요물인가 보다.

오늘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을 탐내다가 낭패를 본 거미를 한 마리 소개해줘야겠다.


이 약삭빠르고 교활하고 멋쟁이인 거미 씨가 나오는 그림책은 펜 형제가 만들었다. 제목은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테리 펜과 에릭 펜 형제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는 한 장의 오래된 스케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 스케치 한 장에 상상을 더하여 재미있는 스토리와 아름다운 그림의 책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펜 형제의 그림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한 장 한 장 액자에 넣어 온 집안을 장식하고 싶어질 정도다. 특히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라는 그림책은 정말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고 싶다. 창문을 가리는 블라인드의 그림으로도 하고 싶다.


아하, 그러고 보니 그들의 상상력과 그림 실력이 보물이구나!


하지만 그 보물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피나는 노력과 훈련의 결과일거라 믿는다. 나도 보물 같은 실력을 갖기 위해 힘들어도 참고 꾸준히 글을 써봐야겠다. 백일 도전에 꼭 성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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