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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환 Oct 13. 2020

온도와 습도

 익숙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소 추워진 날씨에 새어 나오는 기침을 감출 수 없지만, 그런대로 별일 없을 듯한 하루이다. 벌써 10월도 중순이 지나가는 걸 보니, 가을도 끝자락 문턱 앞에서 서성이는 듯 하다. 


  우리는 어디든 떠나서 새로운 곳에 떨어지게 되면, 나를 둘러싼 공기를 확인하게 된다. 산 속 깊은 무거운 상쾌한 분위기, 바닷가에 코 끝을 찌르는 청량함 그리고 몸을 감싸는 바람들, 우리는 익숙함을 그렇게 확인하고 한다. 오늘 서울보단 2~3도 낮은 차가운 공기, 꿉꿉한 실내를 맞이하며, 익숙한 업무를 준비하다 문득 생각했다. 약간 차가운 날씨를 맞이하면서, 베를린의 느낌이 점차 떠오른 것이다. 작년 1월 지금으로부터 약 20개월 전, 우리를 반겨준 베를린에 건조하지만 차가운 따가운 공기가 기억에 아른거렸다. 


 익숙한 루틴이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의미가 있듯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위해 한번씩 깨는, 그를 통해서 휴식을 받는 행위도 중요하다고 본다. 균형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밤에 달리기를 해보거나, 아침에 밀린 책을 읽거나, 내가 익숙한 물건의 위치를 바꿔보거나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의 공간이기에, 오늘은 룸스프레이도 뿌려보고, 모니터에 예쁜 스티커도 붙여보고, 익숙한 온도와 습도에 더 익숙해지지 않도록 나의 공기를 정리해야겠다. 이것도 내 공간에서 여행하는 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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