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엄지손가락. 나를 오래 본 사람들은 한 번쯤은 보는 특이한 행동이다. 엄지손가락을 엄청 세게 뜯고 휴지가 다 붉게 물들 때까지 뜯곤 한다. 그런데 또 그렇게 뜯는 이유가 스트레스 임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왜 그러냐고 걱정하는 질문에 “어, 다쳤어” “그냥 어쩌다가..”로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며, 진짜 이유를 잘 말해주진 않는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자주 뜯곤 한다. 내 아내는 내가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닌 지를 엄지손가락을 보고 알기도 한다. “어디 한번 아파 보자” 하며 뜯는 건 아니지만, 뜯는 행위 자체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육체적 통증이 있을 때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건가 싶다.
요새 엄지손가락은 깨끗한 편이다.
음..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버스+지하철+도보로 1시간 50분이 걸리던 출퇴근이, 버스만 2시간이 걸렸던 것. 변동된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고 있는 것. 진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물어보게 되는 것. 음.. 여느 때였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많아 엄지손가락이 깨끗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라는 말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똑같이 살고 있다는 두려움이랄까? 최근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가운데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라는 말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감정이 지나가며 “어, 그래 다 그런 거지.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해왔던 요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