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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환 Oct 31. 2020

평범해도 괜찮아.

 한국 사회에서 평범이라는 단어의 온도는 12도 정도이다. 겨울로 들어가는 입구의 새벽 날씨와 같다. "색깔이 없다" "그저 그렇다"라는 말은,  그 말을 듣는 누군가에게는 다소 춥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평범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지환"이의 장점이 모야?라고 하면 "음.. 착한 거?" 보통 모두들 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학교 들어와서 소개팅을 받을 때도 비슷했다. 나를 묘사하곤 할 때, 그냥 적당히 키 크고 무난 무난하게 생겼어. 이렇게 표현한다. 어릴 때부터 눈이 나빠서 안경을 23년 정도 쓴 어디에서나 보기 쉬운 사람이다. 


 내가 평범하다는 건 뛰어난 재능을 마주칠 때도 느꼈다. 13년 동안 피아노를 쳤어도 악보 없이는 변변찮은 곡 하나 완벽하게 치지 못할 때, 열심히 쓴 문장들을 다른 뛰어난 문장들과 비교하며 복기할 때 등등.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우리 가족의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키우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벗어나지 않고 가고 있을 때 문득 난 평범하게 많은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비교를 통해 평범이라는 말은 생겨나고 확장된다. 그래서 였을까 비교를 덜하게 된 요즘에는 그 단어의 온도가 조금 상승했다. 요새 내가 생각하는 평범의 온도는 23도 정도랄까. 남들은 춥다고 생각하는 단어일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가을바람에 캐주얼한 남방이 살랑거리는 평범한 일상의 온도와 같았다. 그래서 였을까. 일상적인 생각들에서 시작되는 공감의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다. 


 모두의 평범의 온도를 높이고 싶다 가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조금 더 비교를 덜하면서 살면 좋겠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각들을 애정하고 같이 나누고 싶었다. 가지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한 부재, 부재라는 감정에서 시작된,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색깔이 없어서 색깔을 만들어야 된다라기 보단, 색깔이 없으니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잖아, 공감할 수 있잖아 라고 말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평범해도 괜찮아." 평범이라는 단어가 나의 글들을 통해 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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