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환 Nov 01. 2020

일시정지

옛날 카세트테이프를 한창 들을 시기, 좋아하는 가수를 더 기억하고 싶어서 노래 가사를 받아 적곤 했다. 들려 나오는 음악에 일시정지, 재생을 반복해가며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아날로그 감성이 만든 손의 감각은 아직도 아련하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더라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들 좋았다고 돌이켜보는 기억일지라도 멈추는 시간 없이는 기억하고 되새기기 쉽지 않다. 가끔 그 시간이 주는 설렘은 다시 움직일 때, 더 큰 힘을 가져다주었다. 난 최근 두 번의 시기 동안, 본의 아니게 일시정지를 했었다. 


 첫 번째, 무심코 흘러갈 수 있던 날은 일시정지를 한 듯 잠깐 멈춰 행복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맑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드라이브를 하고, 스테이크보다 좀 더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먹고, 풍족한 배부름에 졸음이 밀려와 낮잠을 자고, 밀려있던 설거지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평범한 하루가 더 갑자기 의미 있어졌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만 싶은 여유의 순간이었다. 내 마음의 상태를 내 주위 사람에게도 물들여 일시정지시켜주고 싶었다. 


 아기가 생기고 약 8개월 간을 꽤 바쁘게 지내왔었다. 그러다 만난 두 번째 재택근무 1달의 시간은 느긋하고 차분하게 바꿔나갔다. 왕복 4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그 시간 동안 집안일, 아이와 놀기, 6시 30분 전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나에게 "남음이 생겼다" 1달의 시간 동안 아기와 더욱더 가까이, 서로와의 추억을 만든 시간을 통해, 재택근무가 끝나 돌아온 일상에도 그 "남음" 이 나를 버티게 해주고 있다. 


다가오는 연말, 새롭게 내년을 준비할 때는 좀 더 나에게 일시정지의 시간을 어떻게 더 만들지 고민해보고 싶다. 어떤 일시정지의 시간이 올까 기대되는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