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 백두대간 26구간 (큰재 - 추풍령)
위치 : 경북 상주시 공성면 -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날씨 : 최저 11도-최고 21도, 맑음
산행거리 : 18.7km
소요시간 : 선두(9시간 47분) 후미(10시간 30분)
참여인원 : 56명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져 산행에서 나는 무릎이 아픈 환자가 되었다. 치료를 받고 재활운동을 해도 무릎은 금방 낫지 않았다. 산행 시작 후 아프기 시작하는 거리가 점점 짧아졌다.
이제는 4km가 지나자 무릎이 아팠다. 18.7km를 가야 하는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자 앞으로 얼마나 더 아플지 겁이 났다. 작점고개에서 선배들이 점심을 준비해 주기로 했다. 작점고개까지만 참고 가보자.
초반의 500m 오르막을 지나 10km 지점에 있는 작점고개까지는 길은 평이했다. 그러나 내리막만 나오면 무릎이 아팠다. 진통제도 먹었고 쉴 때마다 파스를 뿌리며 가는데도 통증이 심해졌다.
처음으로 배낭을 맡겼다. 훨씬 나았다. 무릎이 아프다고 하자 오르막길은 일자로 걸어가 보고, 내리막은 뒤로 가보라고 알려줬다. 근육을 다르게 쓰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몰랐는데 무릎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작점고개에 도착하니 짜장면이 와 있었다. 산속에 짜장면이 배달되다니! 면이 식지 않게 스티로폼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도착하는 사람마다 면이 담긴 그릇에 들통에서 짜장을 한 국자씩 부어 주었다. 삼삼 오오 둘러앉아 배부르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5시간을 더 가야 했는데 자신이 없었다. 작점고개에서 중탈 하기로 했다. 사람들을 보내고 식사를 준비해 준 선배들과 뒷정리를 했다. 종주를 이미 마친 선배들은 무릎 얘기에 무릎 보호대를 소개해주고 자기들이 사용했던 치료방법을 알려줬다.
선배들과 얘기하며 느낀 건 "무릎이 아픈데 왜 산을 안 가?"였다. 그들의 알려주는 노하우는 아픈 무릎으로 산을 어떻게 갈 수 있는지가 초점이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짜장면 먹고 중탈자가 평소보다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남았는데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더 갈 수 있어 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더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날머리까지 버스로 이동해서 하산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오후 3시가 넘어 선두부터 도착하기 시작했다. 작점고개 이후 길은 고도표에 나온 대로 쉬웠다고 했다.
오늘 처음으로 중탈을 해보고 몇 가지 다짐을 했다. 다음번엔 무릎이 아파도 끝까지 가볼 것, 그렇게 하기 위해 치료받고 재활을 열심히 할 것. 그리고 도움을 기꺼이 받을 것.
무릎이 아프지 않고 백두대간 종주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나이 들어 무릎이 아플 때, 이제 늙었구나 서럽기보다 백두대간 종주가 떠올릴 것이다. 뜨겁고 치열한 모험들에 대한 기억을 무릎에 잘 심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