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있는 체육관은 자기 몸을 살필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해 본 운동 중에 필라테스와 헬스는 몸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누워서 발 길이를 확인했고 서 있는 자세를 사진으로 남겼다. 필라테스는 개인교습 한 달 하고 단체반으로 넘어가지 않고 끝났다. 운동하면 저렇게 되나 싶었던 선생님이 무용전공이었다. 아무리 해도 가서 닿을 수 없는 몸이라고 여겨졌다. 비용 부담도 컸고 기구를 사용하며 하는 동작들이라 혼자서도 해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헬스는 그에 비해 꾸준히 하면 운동독립이 될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해보니 1년을 넘게 해도 운동독립은 쉽지 않다. 1시간 정도 할 수 있는 내 프로그램이 있고, 체육관에서 남의 시선보다 내 몸에 집중해서 해나가는 게 잘 잡히고 있지 않다.
필라테스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기억에 남는 설명은 바른 자세로 걷는 방법에 대해서다. 배꼽을 등에 붙이는 느낌으로 복부에 힘을 주고, 귀와 어깨는 최대한 멀어지게 하고, 어깨는 내리고, 가슴은 펴고를 한 마디로 "누가 정수리에서 머리채를 잡고 있는 느낌"이라 표현했다. 그런 느낌으로 걷는 자세를 다시 잡아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정수리 머리채가 잡혔으니 목이 쭉 위로 빠지고, 어깨는 아래로 내려가고 상체에 전반적으로 힘이 빠졌다. 여기서 배꼽을 등으로 붙여 걸으면 되었다. 식당의 좁은 테이블 사이를 지나갈 때 "흡"하고 배에 힘준 자세로 비스트로 자세라고도 하는데 바로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헬스 PT를 시작하고 몸이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한 자세를 배울 때마다 어깨가 안쪽으로 말려 있어서, 어깨가 위로 솟아있어서, 골반이 틀어져서 자세가 잘 안 되었다. 코치의 말대로 자세를 취하고 천천히 움직이면 매우 어색했다.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자세에 필요한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헬스장까지 15분 정도 걸어갔는데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지, 어깨는 솟아있는지 내렸는지, 등은 앞으로 말린 채 걷는지 살피며 오갔다. 그리고 체육관에 도착하면 스트레칭을 하면서 구석구석 펴주려 했다.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가슴을 펴라는 말이 가장 어색했다. 헬스에는 '가슴을 내밀고'하는 동작들이 많았다. 가슴을 내밀라니! 가슴운동이나 등운동을 할 때 바른 자세를 알려주면 그렇게 어색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동작이었다. 가슴을 중심으로 양 어깨가 안쪽으로 말린 자세에서 가슴을 내밀면 다시 말렸다. 가슴을 내밀고 동작하다 보면 다시 말리고를 반복했다. 그러면 나는 다시 펴고 다시 펴고를 반복했다. 등의 양쪽 날개뼈가 등 중심에서 닿는 느낌으로 팔을 양쪽으로 벌려보면 시원했다. 내 등의 가동범위가 어느 만큼인지도 느껴졌다. 자세가 변하려면 근육이 새로 발달하고 모양이 바뀌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했다. 운동한 시간이 3개월 이상 흐르자 체형에 변화가 왔고 6개월이 지나자 다른 사람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시간들은 반복, 반복, 반복... 근육을 유지하고 자세를 몸에 익히고 하는 시간이었다.
일 년을 꼬박 운동했을 때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가장 아쉬운 건 개인운동 시간에 자주 만나며 응원하던 분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코치님이 손녀를 봤다고 알려줘서 놀랐었다. 탄탄한 몸에 젊어 보여서 어딜 봐도 할머니로 보이진 않는 분이셨다. 무게를 꽤 달고 데드레프트를 하고 스쿼트를 해내고 땀을 쓱 닦으며 내 앞을 지나가시곤 하셨다. 한 시간의 자기 운동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행의 전부는 도반이라고 하더니, 운동의 전부도 나중에는 운동친구였다.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건 같이 운동하는 친구였다. 언젠가부터 코치의 말 보다 혼자 운동해 가는 그분 모습에 가장 큰 자극이 되었다. 이사 와서 아직 운동독립이 안되었다.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집 앞에 헬스장에 다시 등록했다. 다시 PT 받고 기록하며 어느새 익숙한 제자리로 틀어진 채 돌아와 버린 몸들을 다시 바른 자세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엔 꼭 운동독립을 이루리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