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1967년 작품이었지만 수많은 파격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던 영화 The Graduate 의 장면들입니다. IVY League 를 졸업한 Ben. 하지만 그는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합니다 (그 아무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혼자 고심하고 있지요), 그의 오랜 여자친구인 Elaine 이 있지만 그녀에게도 그는 속마음을 털어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laine 의 어머니인 Mrs. Robinson 이 자신의 딸의 친구인 Ben 을 유혹하면서부터, 그리고 이 때 극도로 외로웠고 심리적인 방황을 하고 있던 Ben 은 이를 생각없이 받아들이면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affair 를 가져왔다는 충격에 다시 멀리 위치한 학교로 돌아간 Elaine 을, Ben 은 그 먼 길을 그녀를 찾기 위해 나섭니다. 이 영화 내내 볼 수 있는 Ben 이 운전하던 Alfa Romeo 는 이 때부터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고 하지요.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Ben (Hoffman) 이 비행기를 타고 Los Angeles 공항에 내린 후 moving walk 에 서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여기게 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 가 배경으로 흘러나오지요. 노래를 만든 Paul Simon 이 과거에 했던 언터뷰에 의하면 이 노래는 "현대인이 사랑없이 노래하고, 의미없이 말만 하고 듣기만 하는 가운데, 오히려 어둠과 대화를 하며 위로를 받는다는 의미" 라고 하지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매우 어울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mAHbDSf4jQ
Elaine 을 찾아 숲속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Ben - 이 장면부터 또 하나의 Simon and Garfunkel 의 명곡인 "Scarborough Fair" 가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를 아시는 분은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내용은 사실 형편없었던 이 영화에, 이들 duet 의 대표곡들은 모조리 다 소개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나왔지요. 사실, 이 곡은 요크셔 지역의 민요로, 이 노래의 가사는 어느 남자가 과거의 여인에게 인간이 하기에는 절대 불가능한 임무를 주어, 이 임무를 그녀가 다 마친다면 다시 그녀를 받아주겠다는 노랫말입니다 (은근히 대리만족이 느껴지는군요).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부분에서는 노랫말과는 반대로 Ben 이 Elaine 을 간절히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오지요? Quite an irony. 카메라 한 대로 계속 촬영하는 예전 기법 (single camera shot? 이라 하나요?) 또한 어색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 효과가 극대화된 듯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NVQzMMUF0
마지막 장면 또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지요. 부모가 정해준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에서 무작정 뛰쳐나온 Elaine 과 Ben - 결혼식에 참석한 가족과 하객들을 뒤로 한 후, 이 둘은 떠나는 버스를 간신히 잡아타고 그곳에서 서둘러 도망치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전혀 없음을 이 두 사람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60년대 후반 미국 사회와 어쩌면 이리도 닮아있었을까요?
아래는 Ben 이 Elaine 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차를 몰고 First Presbyterian Church 를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요즘 영화 같았으면 통으로 edit 될만한 길이의, 지금 기준으로는 무의미한 장면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예전 영화가 (지금의 영화와는 달리) 얼마나 여유있게 주어진 2시간을 잘 소화해냈는지 알 수 있는 한 면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주어진 2시간도 모자란지 또는 관객의 지능을 테스트하려는지, 과거, 현재, 미래를 혼잡하게 섞어가며 스토리 라인을 난잡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속사포식 대사로 현란해 보이지만 결국은 말장난인 경우가 다반사인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r3BHRYy0lE
마지막으로 - 이 영화는 그 당시의 기준에서도 그리고 지금의 기준에서 봐도 참 저속한 contents 를 포함한 영화인데, 그 당시는 지금의 미국의 토대가 새롭게 만들어진 시절을 반영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습니다. 그다지 좋은 토대가 지어지지는 않았지만요. 내용의 (저)질적인 면과는 달리 Simon and Garfunkel 의 수많은 주옥같은 노래들까지 이 영화에 feature 가 되어서, 할 수 없이 한 번쯤은 봤어야 했던 영화였습니다. 당시 S&G의 노래들은 사탄의 노래들이라고도 했다는 점 또한 알려드립니다.
이 영화는 수많은 parody를 가져왔습니다. 그 중 Wayne's World 2 (1993) 라는 영화에서 본 장면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한 번 보시지요. 바로 위 영상을 페러디한 장면입니다. 대스타 Charlton Heston 이 cameo 로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L7UdOkYcUs
Mrs. Robinson 역을 맡은 배우 기억하실지요? 전에 소개해드린 1984년작 84 Charing Cross Road 에서 Helene Hanff 역을 한 Ms. Anne Bancroft 입니다. The Graduate 을 본 후 이 여배우를 화면에서도 대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웠었는데, 84 Charing Cross Road 에서 그 거북함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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