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는 '그간 외면해 온 외로운 나에게 인생을 묻다'라고 쓰여있다. 나도 평생을 자신에게, 또는 이름 모를 신에게 늘 물었다. 삶이 무엇이고, 나는 어떤 존재이며,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이 책의 목차에서 다루고 있었다. 작가인 페터 베르도 잘 나가던 기업의 엔지니어였지만 어느 순간 행복하지 않고, 텅 비어버린 공허감으로 인생의 본질에 대한 물음 찾아 명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병가의 긴 시간 동안 나 또한 명상을 통해 많은 변화를 맛보았으나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 목마름이 있었기에 작가의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작가는 진리를 찾고 싶어 치열하게 명상에 매달리고서야 명상이 주는 고요함으로 마침내 집으로 되돌려 보내졌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집'이 어떤 느낌인지 짐작이 되어 가슴 뭉클해졌다. 그리고 독자인 내가 '여기'에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쓴 글에서 왠지 작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만큼 책은 처음부터 흡입력이 있었다.
그가 명상에서 인생의 답과 자신의 존재, 그리고 현존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단순함과 고요함이라는 것에서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매체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니 오히려 길을 잃었고, 그래서 고요함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도구는 물론 명상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니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이 곧 '나'로 오판한다는 것.
비동일시란 생각이 곧 '나'가 아니며, 자신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다. -55-
당신의 생각은 당신과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메아리이다. 그리고 당신이 성장한 사회의 메아리이다. 당신을 따라다니는 온갖 소음의 메아리이다.
(중략)
과거의 생각을 믿고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마다
메아리는 더욱 커진다. -64-
생각의 흐름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이, 즉 '관찰자는 관찰 대상일 수 없다'라는 말로 생각이 곧 자신이 아니라는 명쾌한 답을 해 주었다. 생각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감정 또한 다양한 감정의 종류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대하라고 말한다. 바꾸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주며 우리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그저 모든 것을 평화롭게 두면 된다(159페이지)는 작가의 말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그것은 어쩌면 삶의 흐름이 결국은 옳게 흘러가고 결국 우리는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괜찮은 삶을 살아내리라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과 맥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정한 나는 역할도 아니며, 감정 자체도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의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어렵다. 매우 단순한 답이면서 추상적이어서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평생 반복되었던 많은 질문들에 답을 주었으며 거기에 더해 많은 위로까지 두둑이 챙겨 주었다.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지루하고, 버거울 수가 없는 지금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 요즘은 새롭게 읽으려고 만나는 책마다 너무 절묘하게 지금의 마음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 같은 책이어서 신기함에 전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