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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Oct 11. 2015

1000 Days of Diary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01


1000 Days of Diary

in Down Under

Seoul, Korea



이야기의 시작엔,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라는 책이 있었다.


느지막한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강남에 한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졸업 후에 뉴질랜드로 떠나리라, 비행기 표값을 벌기 위해 시작한 3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였다.


하는 일은 단순하여 큰 문제없이 물 흐르듯 시간은 흘러갔고 돈은 차곡차곡 모였다. 사람들과도 조금씩 편해졌고, 사장님께서 계속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는 고마운 제안도 하셨다.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그만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지만, 끝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때의 나는 아주 멀리 떠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스스로를 해치고 말 거라는 확신 속에 살고 있었다.


매일 죽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로 가득한 뉴스와 한 줄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쏟아져 나오는 곳. 인터넷 뉴스에서 "자살"이라고 검색하면,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부고가 수십 페이지씩 줄지어 나오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작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가 끔찍이도 싫었다.


앞으로 평생 작은 사무실에 처박혀

일할 날은 셀 수도 없이 많아.

하지만 떠날 수 있는 건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몰라.


오클랜드행 비행기 표를 끊고 새 가방을 사서 짐을 꾸리고, 그리고 이 책을 얻었다. 함께 일하던 팀장님께 장기하 씨의 "싸구려 커피" 음반과 맞바꾼 여행 감성 충전용 책.


한국어가 그리울 때를 대비해 챙겨 왔는데 그만 참지 못하고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반 이상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조금 난감했지만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주는 대신에, 마음이 헛헛할 때면 아무 페이지든 잡고 읽고 또 읽었다.


여행을 떠나면 여행이 전부일 줄 알았는데, 그건 오산. 지나고 보니 사람이 전부였다.


사람들과 만나서 기쁘고 신나다가

헤어져서 슬프고

혼자라서 외롭고 우울해지고

그러다 또 혼자서 막 신나고 기쁘고

슬프고 외롭고 우울해진다.


누군가와 헤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면 이 책을 읽고 끄적거리고, 외로움에 사무칠 때도 읽고 끄적거렸다.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괜찮아. 그냥 사람이라서 그래, 라고 위로를 받고 용기도 얻었다.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3년 가까이 되는 나름 긴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또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여행의 잔재들을 올려본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 늘 숙제 같아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는데, 드디어 마무리되어 너무나도 후련하고 기쁘다.


그럼 이제 나의 이야기.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1000 Days of Diary in Down Under



이 글은 생선 김동영 작가님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을 들고 뉴질랜드와 호주를 여행하면서 책에 틈틈이 끄적거린 내용과 일기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작가님 책에서 제목과 내용의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생선님 덕분에 펭귄도 글을 쓰게 되었어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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