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발간 안내
대문자 T가 쓴, T를 위한 미술사 책을 냈습니다. 아시는 분도 꽤 있겠지만 제 동생은 예술가입니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전업 작가’죠. 그 동네에서는 꽤 유명한 미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기타를 만듭니다. (저는 처음 들어봤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타 제작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여러 언론에서 자주 조명도 되는 모양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동생이 예술가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가 손대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았거든요. 그림도 잘 그리고, 물건도 잘 만들었죠. 그런데 사실 저는 동생의 손재주가 그리 부럽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각자 자신만의 재능 같은 게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조금 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바로 그 능력 덕분에 작품을 보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는 것 말이에요. (이 글을 보면 아마도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저을테지만) 동생은 어떤 작품이 왜 좋고 훌륭한지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건 저를 포함해 예술적 재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일테고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저는 이 눈을 가질 ‘후천적’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제가 공부한 ‘인문학’이었죠. 인문학으로 미술을 이해한다? 이 말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도 있겠지만, 인문학은 실로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유용한 ‘틀’을 배우는 학문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이 뒷 내용도 읽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 내용을 잠시 설명해 볼게요. 제가 인문학을 공부하며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거예요. 이 세상이 ‘무수한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배움에 따르면 모든 결과에는 나름의 원인이 존재합니다. 인문학이니 인과관계니 하는 바람에 무슨 거창한 이론이 담긴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저 오늘 점심 가스레인지 불 위에 물이 담긴 냄비를 올렸기 때문(원인)에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었다(결과)는 이야기이고, 어제 이른 아침 세탁기를 돌렸기 때문(원인)에 오늘도 보송보송 잘 마른 수건을 쓸 수 있었다(결과)는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이와 같은 원인과 결과의 연속성이 비단 우리의 일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학문과 기술, 문화가 이 과정을 통해 태어나고 또 성장했어요. 이는 우리가 종종 ‘몇몇 천재들의 대단한 결과물’ 혹은 ‘해석 불가한 것’으로만 치부하고 마는 미술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거의 모든 미술 작품의 주제, 기법, 양식이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역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어요. 때때로 그 ‘원인’은 종교나 사상이었고, 또 때로는 정치와 경제, 나아가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사건인 경우도 있었죠. 우리가 천재라고 부른 작가, 난해하다고 말하는 작품도 실은 대부분 시대의 변화를 잘 포착하고 조금 더 앞서나간 사람 혹은 결과물이었고요.
이 책은 이처럼 서양미술사에 담긴 수많은 인과관계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각각의 미술사조 및 작품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역사, 철학, 문학,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인문학적 ‘원인’과 이를 통해 빚어진 새로운 ‘결과물’들을 함께 살피다보면 어느새 미술, 나아가 이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 또는 온라인 서점에서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를 검색하시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사.. 사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