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에서 일하는 기분.

[행복을 찾아서]

by Changers

회사 출근 시간은 10시까지였다.


퇴근시간은 보통 새벽 1시 ~ 2시 사이였다.


출근 첫날부터 9명의 팀원 모두가 그 스케줄에 따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글로벌 스타트업은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서울에서 첫 근무했던 구대표님의 회사와는 달랐지만,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게 비교 대상이 1개뿐이었기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회사 기준이었다면 노동청에 신고해야 할 수준이지만,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때론 야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야근이 앱 출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거나


긴급한 이슈가 발생하여 해결해야 하는 크런치 타임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것과 그 점을 미리 설명 듣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매일 15 ~ 16시간, 주 7일을 회사에 있으면서 팀원들과 일을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고3 수험생보다 더 빡세게 살았던 1년 10개월이 나를 엄청나게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남들이 5~6년에 걸쳐서 성장할 것을 나는 22개월 만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팀은 정말 미친 듯이 치열하게 살았다.



입사 10일이 되는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23시에 퇴근 공유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갑자기 김성주 대표님께 개인 DM이 왔다.


"네가 왜 김 PM보다 먼저 퇴근을 하는 거냐?”


“네?”


“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내일 출근하면 나랑 면담 좀 하자.”


“넵, 알겠습니다.”



다음날,


오후에 출근한 김성주 대표님이 나를 카페테리아로 불렀다.


“너 예전 모습을 아직 못 버렸구나.


성장하고 싶으면 예전 모습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거 몰라?”


“압니다.”


“근데 이렇게 니가… 블라 블라 블라.”


1시간 30분가량 훈계를 들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한 뒤에야 훈계가 끝났다.



“자 회의 진행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총 4개의 제품이 있었다.


전문 포토그래퍼들을 위한 앱,


여성들의 셀카를 위한 앱,


사진 콜라주 앱,


캐주얼 사진 편집 앱.



모든 제품의 총괄 PO는 김성주 대표님이었다.


그가 제품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면,


누구나 제품 회의에서 서비스 개선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우리는 김성주 대표님을 제외하고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3명의 PM, 2명의 디자이너, 4명의 개발자.



보통의 회사는 PM이 기획서를 만들면,


디자이너가 그에 따라 디자인을 하고,


개발자는 기획서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개발을 한다.


그리고 QA TEST를 거친 후 릴리즈를 한다.


신제품 출시나 제품 업데이트 모두 이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우리의 업무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적인 회사와 달랐다.


우리 9명은 각자 역할과 상관없이 모두 기획자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있는 우리의 경쟁 서비스들을 수시로 사용한다.



특히 업데이트가 된 앱들이나


피처드(앱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제일 상단이나 특정 카테고리로 노출)가 된 앱의 정보를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나 쉬거나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공유했다.


그럼 다들 하나같이 그 서비스를 써보며 자신이 생각한 장단점을 정리한다.


그리고 앞서 앱의 정보를 공유할 때처럼 편하게 수시로 공유하거나


제품 회의를 할 때 공유한다.



제품 회의에서는 우리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각자의 의견을 공유했다.


디자이너, 개발자라고 해서 본인의 역할만 하려고 하지 않았다.


고객 관점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지,


감동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거기에 디자이너의 관점과 개발자의 관점이 더해지는 것이었다.



우리의 제품 회의는 9명의 기획자가 모여서,


각자의 주특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아이디어들을 논의하였다.



회의는 치열하게 논의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진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하고,


후속 액션 플랜까지 정리한 후 끝났다.


그리고 PM은 그 내용을 정확히 정리해서 회의가 끝난 후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공유받은 회의록의 잘못된 점이 없다고 모두 동의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했고 회의 내용에 대한 공유가 정확히 이루어졌기에


일은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모두가 그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혹시 우리가 회의에서 놓친 것이 있더라도 출시되기 전에 파악하여 이슈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근무한 대부분의 회사(김성주 대표님 회사 제외)에서 제품 회의를 하면,


기획자가 서비스의 전반을 기획하고 일방적으로 공유하면,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그 기획 내용 내에서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문의나 개선 의견만 제시했다.


그리고 확정되면 디자인하고 개발했다.



너무 고되고 힘든 하루하루였지만,


그 팀원들 덕분에 나는 즐겁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이라는 것을 이후 다른 회사에 근무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김성주 대표님이 만든 너무 좋은 팀에 합류하여


정말 원 없이 일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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