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너무 좋은 팀과 열심히 일했지만,
대표님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 볼 때마다 내 마음속 게이지가 점점 차올랐다.
마음이 힘들어지니 몸도 함께 힘들어졌다.
2015년 추석 연휴는 일 생각 안 하고 푹 쉬려고 마음먹었는데,
다행히 긴급한 일이 없었다.
오랜만에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
명절이 되면 항상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동안 일 때문에 보낼 수 있는 명절 연휴 기간이 짧아서 거의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제대로 놀려고 했다.
나를 포함해서 항상 만나는 멤버가 4명이었는데,
1명이 보이지가 않았다.
“야! 경원이는 안 왔노?“
”금마 요즘 집에 처박혀가 안 나온다.“
”무슨 일 있나?“
”요즘에 이래저래 일이 좀 꼬여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같더라.
우울증이 와서 요즘 집에만 있다.
내가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온다.
니가 전화해서 한번 꼬시봐봐.”
경원이에게 전화했다.
“어, 무슨 일이고?”
“무슨 일이기는 명절이니까 보자고 전화했지.”
“오늘은 니들끼리 놀아라. 담에 보자.“
”나온나. 내가 오늘 풀코스로 쏘께.
네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께.“
”아니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좀 쉬께. 담에 보자.“
이상했다.
경원이를 알고 지낸 지 11년이나 되었는데,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알았다. 그럼 너네 집 앞으로 갈 테니까 얼굴이나 한번 보자."
"아니, 그냥 다음에 보자."
"지금 택시 타고 가고 있으니까 나온나."
몇 번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마지못해 나온 경원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가장 최근에 봤을 때보다 15킬로 이상 체중이 빠져 있었다.
그 녀석이 이렇게까지 마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얼굴은 삶의 어두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고?"
"별일 없다."
"별일이 없기는. 그런 놈이 살이 이렇게 빠지나?"
"약을 끊었더니 살이 빠졌다."
"무슨 약?"
"우울증 때문에 먹는 약."
"뭐 때문에 우울증이 왔는데?
무슨 일이고 말해봐 봐."
"아이다. 그냥 사는 게 재미도 없고, 돈 버는 것도 별 의미가 없고 그래서."
"이마이 성공해놓고 갑자기 와 그라노."
"주변에 친한 성공한 행님들도 돈 많이 벌어봐도 사는 게 무의미할 때가 있다 하더라.
아마도 그런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노.
우리 나이에 집 있고, 차 있고, 월에 몇천씩 버는 게 쉽나."
"그래, 맞다. 쉽지 않은데 막상 벌고 나니까 조금 허무하다고 할까.
돈 많이 벌면 즐겁고 좋을 것 같았는데 안 그렇네."
뭔가 단단히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할 나는 경원이와 시간을 더 보낼 수가 없었다.
"내 연말에 또 내리올거니까, 그때 잼나게 놀자. 내가 쏘께."
"아이다. 괜찮다. 이제 노는 것도 별 재미가 없다."
"야 임마, 니 진짜 와이라노.
내 12월에 꼭 내리올테니까 마음 좀 잘 추스리고 있어라.
알겠제?"
"알겠다. 조심히 올라가라. 와줘서 고맙다."
집에 돌아오면서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친구였기에 걱정이 컸다.
아무 일이 아니기를 속으로 빌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고속 터미널에서 전화했다.
3번이나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저 전화받을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버스를 탔다.
밤 11시쯤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온 머리털이 다 섰다.
'설마... 아닐 거야... 아니겠지...'
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경원이가 죽었단다."
"어? 에이 무슨 말이고.
니랑 헤어지고 새벽 3시에 나랑 만났는데 경원이가 왜 죽노."
"조금 전에 경원이 동생한테 전화가 왔는데 죽었단다."
나랑 헤어지고 9시간 뒤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대표님께 전화를 했다.
베프 중 하나가 조금 전에 죽었는데 다시 부산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다녀오라고 했다.
다시 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좋은 말을 해줬더라면,
내가 조금 더 붙잡고 얘기를 했더라면,
내가 잘 위로를 해줬더라면..."
자책하며 후회를 했다.
2015년 9월 추석 연휴,
그날 경원이와의 대화가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며칠이고 함께 있었을 텐데...
나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난 뒤 몇 시간 후에
그렇게 혼자 삶을 마감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들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힘들었다.
3일 동안 빈소를 지키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원이와의 추억을 얘기했다.
화장까지 지켜보며 경원이가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길 빌었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먼저 보내니 삶에 대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한 번뿐인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얼마나 희생해야 하나?'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그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결심을 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대표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친구 잘 보내주고 왔니?"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저 근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