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경원이는 내 친구 중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온 경원이는 월 100만 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13년 만에 월 3,000만 원의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30평대 주상복합 아파트, 고급 외제차, 프랜차이즈 액세서리 가게를 소유했다.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던 친구가 한순간에 먼 길을 떠났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나니,
삶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뿐인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얼마나 희생해야 하나?'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이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자.
나만의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자.
무엇을 하면 좋을지는 차차 생각해 보자.'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함의 끝판왕 같다.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고, 커리어가 탄탄한 것도 아닌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선택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있었다면 내 삶의 가장 큰 번아웃이 훨씬 더 당겨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출근해서 대표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친구 잘 보내주고 왔니?"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저 근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말해봐. 뭔데?"
"대표님 덕분에 좋은 팀에 들어와서 원 없이 일했습니다.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고요.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울에 비친 저를 보니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이번에 친구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독립해서 제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당황스럽네.
무슨 생각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번 친구 일로 인해서 네가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너도 나도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말해보자."
내 마음은 확고했지만,
대표님께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다시 얘기를 하면 될까요?"
"이틀 뒤에 다시 얘기하자."
이틀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만큼 나는 많이 지쳐 있었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다.
"너 생각 좀 해봤니?"
"네, 이틀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제 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네가 말한 대로 하자.
다만, 나도 너무 갑작스럽게 들은 것이니 후임자를 구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월 말까지 근무하는 걸로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업무 진행하겠습니다."
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10월 초였다.
후임자를 구하고 인수인계까지 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요구하신 셈이다.
보통은 1개월가량의 시간 텀을 두고 후임자 및 인수인계 기간을 갖지만,
그에 대한 논쟁을 더 이상 벌이고 싶지 않았기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마지막 출근일이었던 12월 23일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가기로 정한 날부터 마지막 출근일까지 주말 포함해서 대략 80일 정도 남았었는데,
전사 워크숍을 떠난 7일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5일을 제외하고는 주말 없이 출근했다.
언제나처럼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을 좋게 하고 싶었기에 정말 힘을 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며 퇴사 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김성주 대표님께 개인 DM이 왔다.
"마지막까지 회사를 위해서 팀을 위해서 노력과 헌신해 줘서 고맙다.
어떻게 너에게 보답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너 퇴사 일을 12월 23일이 아닌 2월 28일로 하고,
퇴직금을 1월과 2월 급여로 나눠서 줄게.
그렇게 하면 너 4대 보험도 2달 더 유지가 될 테고, 좋을 거다."
"아 그렇군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준 것이라 보기는 힘들었다.
나는 산수가 빠른 사람이다.
세무 회계 노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너무 명확하지만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넘어갔다.
어느덧 12월 23일이 되었고,
정들었던 팀원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날은 특별히 2차까지 팀원끼리 놀 수 있는 허락을 대표님께 받았다.
다음날,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푹 잤다.
20개월 동안 평일 주말 없이 긴장감 속에 매일 눈을 떴는데,
어떤 알람도 없이 눈이 떠질 때 일어나니 너무 좋았다.
근데 눈을 뜬 시간은 항상 눈을 뜨던 그 시간이었다.
시간은 똑같았으나 마음이 달랐기에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회사를 가지 않고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어색했지만,
그 어색함도 즐기려고 노력했다.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집 근처 커피숍을 갔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을 적어보자.'
- 혼자 여행 가기
- 고향에 내려가서 따뜻한 집밥을 먹고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 가보기
- 어릴 때 친했던 형들 만나기
-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기
- 인석이와 용찬이에게 사과하기
- 아프리카 방송하기
- 사는 환경을 바꿔 보기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몇 개 없지만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혼자 여행하기였다.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고, 고향으로 여행 가는 것으로 했다.
어머니의 따뜻한 집밥이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한창 응팔이 유행했던 시점이라 어릴 때 살던 곳이 궁금했다.
그렇게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고 내려갔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너무 반갑게 나를 반겨주셨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 며칠 푹 쉬어라."
"네, 그러려고요. 조금 쉬다가 올라갈게요."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집밥을 먹고 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내 몸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