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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Mar 14. 2024

굶어 죽지는 않는 팔자인가?

[행복을 찾아서]

내 방송에 시청자 수가 하나 둘 늘어가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분명 첫날에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떠들었는데,


어느새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저 내일 소개팅하는데, 남자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요?"


"저 내일 중간고사인데 잘 볼 수 있겠죠?"


"내일은 집밥 컨셉으로 먹어주실 수 있나요?"


원 없이 먹고, 마시고, 대화했다.


모니터 넘어 있는 사람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바람은 영원할 수 없었다.


내게도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수입이 거의 없다는 것.


별 풍선을 종종 받기는 하지만,


생활비는 커녕 방송에서 하는 식비 부담하기도 턱없이 부족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모아둔 돈이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었다.



투자받은 초기 스타트업과 같은 상황이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하고 위로해 준다는 컨셉은 나쁘지 않았지만,


'왜 BJ 해결 대장이어야 하는가?'


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너무 안일했다.



BJ로 빠르게 성공하려면,


압도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원래 인지도가 어느 수준 이상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뛰어난 재능도 없었고, 인지도는 0이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성공할 수 없었다.



내가 BJ로 성공하는 길은 꾸준히 방송하면서 나의 인지도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을 벌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내 수준은 경영자로서 아주 낮았다.


메타인지를 통해서 정확하게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기 자만, 근자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빚을 내면서까지 하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빠르게 계획하고 실천하고 회고하고 보완하는 PM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따르며 배운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위 분석한 내용과 사람들이 반응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대중과 소통하는 법 등을 배웠다.



'자, 이제 뭘 해서 먹고살까?'


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금전적으로 쪼들린 적은 많았으나 밥을 굶을 만큼 쪼들린 적은 없다.


내 금전운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어떻게든 일을 하려는 성격 때문인지...


암튼 수능을 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서 외부에 공용화장실이 있는 단칸방에 살았고,


반찬이라고는 김치찌개뿐이었지만 나는 크게 쪼들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아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해서 그런지,


언제나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 캐나다에서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요즘 뭐 해?"


"나 회사 그만두고 아프리카TV BJ 하다가 생각만큼 일이 잘 안 풀려서 일자리 구하고 있다."


"아 그래? 그럼 잘 됐다. 밥 한번 먹자."



그렇게 친구와 함께 식사를 했다.


"넌 요즘 뭐 하는데?"


"난 저번에 말했던 창업사관학교 나와서 사업하고 있지?"


"무슨 사업인데?"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블로그 마케팅과 판매 대행하면서 운영자금을 벌고 있어."


"아 그렇구나."


"너 함께 해볼래?"


"내가 무슨 일을 하면 되는데?"


"커머스 플랫폼 PM이랑 사업개발 쪽 담당해 주면 좋을 것 같아."



2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찬밥 더운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 같이 해보자."



그렇게 친구네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만,


친구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


사적으로 친한 것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9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회사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가 내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업무적으로 큰 성장을 하지 못한 나를 반성하면서 친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나 아무래도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 그렇게 하자."


아쉽지만 그렇게 친구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다시 백수가 된 내가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어느 날,


나의 사업 멘토님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어 뭐지? 갑자기 웬일로 연락을 주셨지? 

혹시...?'

이전 01화 새로운 곳에서 느낀 ‘정’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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